한국에서 벌어진 비극에 동맹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원수나 사회 지도자들이 잇따라 애도를 표했다.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U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 영국의 찰스 3세 국왕과 키어 스타머 총리도 공개적으로 애도의 글을 내놨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한국을 위해 기도했다.
佛 마크롱, 이번 참사에 조의 없어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사퇴 압박을 받을 만큼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 위기 등 국내 현안 역시 다양하고,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우방국의 경조사를 다 챙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이번 참사의 피해가 워낙 컸다. 게다가 그는 최근에도 다른 국가의 현안에 부지런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소셜미디어 ‘X’에선 만모한 싱 전 인도 총리의 죽음을 애도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인도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고 적었다. 참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0일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고에도, 이달 1일 미국 뉴올리언스 차량 돌진 테러로 10여 명이 숨졌을 때도 조의를 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국 참사에 대한 태도가 양국 관계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기본이 어떠한지는 충분히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개인 관계의 기본인 경조사가 국가 관계라고 크게 다를 순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한국 정부로선 프랑스 정부를 탓할 일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간 프랑스를 상대로 한 우리의 외교적 노력과 관심은 충분했는지 묻고 싶다.
파리는 2년 전 치열한 한국 외교의 무대
이처럼 나름대로 큰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현실이 이렇다면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닐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권과 재계가 전력으로 프랑스를 상대로 한 외교에 공을 들였던 게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마크롱 대통령의 ‘무관심’이 나타났으니 우리로선 더욱 짚어 봐야 한다.
나아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른바 ‘4강 외교’에 너무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한국으로서는 이번 계기를 토대로 ‘대(對)유럽 외교’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통상마찰, 북한에 대한 대응 등 유럽과 긴밀히 협조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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