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보스포럼 ◆
모하메드 칸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글로벌 회장(57·사진)이 "트럼프 정부 출범이 한국 기업에 위기나 난관이 되기보다는 충분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칸데 회장은 20일(현지시간) 2025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정책 변화가 미치는 정확한 범위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 상당한 제조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취임을) 위기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는 만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거나 계획이 있는 한국 기업들이 수세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충고로 해석된다.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대만을 제치고 미국 최대 투자국이 됐다.
칸데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미국 비즈니스에 확실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낙관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 대선 결과 한 명의 대통령이 명확하게 선출됐고, 이 확실성 자체가 비즈니스에 좋다"면서 "기업들의 전략은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따라 바뀌지 않을 것이며 그 전략을 실행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성장 늪 빠진 한국 … 대만서 배울점 많아
AI비즈니스 수익성 저조? 지연될뿐 전망은 낙관적 태권도 검은띠 韓과 인연
칸데 회장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의 재도약을 위한 조언으로 특정 유망 산업을 육성하기보다 여러 산업을 아우르는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번에 하나의 산업만 생각하면 기회를 보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을 키우고 싶다면 그것은 한 가지가 아니라 반도체, 부동산, 에너지 등 여러 요소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칸데 회장은 또 다른 재도약 방안으로 더 넓은 해외 진출을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확장은 성장을 창출하는 핵심 요인"이라면서 "기업의 성장은 국내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니며 해외에서 더 큰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해외 진출의 걸림돌로 규제, 지정학적 갈등,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을 꼽고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칸데 회장은 이어 기업가정신의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다음 단계의 혁신은 매우 자본집약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항상 기업가들에게 어려운 일이고 해결책은 기업가정신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참고할 만한 성장국가를 물어보자 칸데 회장은 대만을 꼽았다. 대만이 디지털과 반도체 기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AI 비즈니스에도 밝은 그는 AI가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기업 40% 이상이 'AI가 수익을 늘려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그렇게 된 기업은 34%에 불과하다"며 "다소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AI가 수익을 내는 방식을 AI 기능 그 자체로 협소하게 정의하기보다는 넓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칸데 회장은 "엔비디아는 반도체, 오픈AI는 대형언어모델(LLM)로 커다란 수익 기반을 마련했으며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수요에 따라 부동산 기업들도 큰 수익을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컨설팅 출신으로 처음 PwC 회장에 오른 이유에 대해 칸데 회장은 "여러 다른 국가에서 일하면서 얻은 글로벌 경험, AI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 경험이 있다"면서 "PwC에서 큰 사업부를 성공적으로 이끌 기회가 있었다"고 답했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인 그는 캐나다 몬트리올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MBA)을 나왔다. 칸데 회장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내가 태어난 코트디부아르에서 태권도가 축구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며 "그 덕분에 1985년에 태권도 검은 띠를 땄고, 태권도 심판 자격증도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보스 특별취재팀=황인혁 부국장 / 윤원섭 특파원 / 진영태 기자 / 연규욱 기자 / 서울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