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격 하루 뒤 '정권교체' 꺼내…이란 최대 압박

5 hours ago 1

< 테헤란서 ‘反美 시위’ >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다음 날인 22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미국의 공습에 항의하는 반(反)미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은 이란 국기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 등을 들고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EPA연합뉴스

< 테헤란서 ‘反美 시위’ >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다음 날인 22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미국의 공습에 항의하는 반(反)미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은 이란 국기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 등을 들고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공군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이후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간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란 공격 배경에 대해 “정권 교체 목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란 정부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미국의 중동 문제 개입을 두고 공화당 내 갈등 조짐이 확산하고 있다.

◇참모진 메시지 흔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고 적었다. 자신의 선거 구호인 ‘MAGA’를 활용해 “MIGA!!!(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마무리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이후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글에서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성과도 자랑했다. 그는 “위성 이미지에 보이는 것처럼 이란 내 모든 핵 시설에 기념비적 손상이 가해졌다”며 “말살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썼다. 특히 “가장 큰 피해는 지면에서 한참 아래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하는 등 포르도 핵 시설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이란 측 발표에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시사한 것은 그간 트럼프 참모진이 전달한 메시지와 상반되는 것이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 모두 미국의 목표는 확전이 아니라 핵 제어라고 강조해왔다. 밴스 부통령은 같은 날 ABC방송에서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매우 좁고 제한적인 접근을 택했다”며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군사 분쟁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이냐는 질문에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다”며 “우리가 지금 원하는 것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조율한 메시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또 “사태가 결국 이란 정권 붕괴로 끝날 수 있다는 인식이 행정부 내부에 존재함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공화당 내 갈등 커질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라크 등의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세력을 비판하면서 미국 외 국가의 일에는 참견하지 않겠다는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천명했다. MAGA 지지층 역시 이에 동조하며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MAGA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날 이란 핵 시설 3곳에 공습을 감행한 데 이어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도 처음으로 거론하며 이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 공습이 ‘제한적 조치’라는 이유로 공화당 일부의 지지를 얻기는 했지만 이란 정권 교체까지 시사하면서 공화당 내 분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당·조지아주)은 X에 “외국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에 질렸다”며 “미군은 정권 교체, 외국 전쟁,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잃고, 신체적·정신적으로 영원히 상처를 받았다”고 적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액시오스는 이란의 정권 교체가 ‘이스라엘 정부의 암묵적 목표’라고 표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이 ‘아브라함 협정’의 대규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놀라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브라함 협정이란 이스라엘이 역사적으로 반목해온 중동의 아랍·이슬람 나라들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미국도 중동에서 친미 세력을 확대하려는 야심도 있다. 하지만 CNN은 이란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바라는 온건 정부는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정권 교체 충격파가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공격이 이란을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 명예회장은 “이란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기만 했어도 미국의 공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며 이란이 장기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해 향후 국제 정세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