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SNS서 설전
테슬라 주가 하루새 14% 뚝
감세법안 비판한 머스크 향해
트럼프 "나는 매우 실망했다"
스페이스X와 계약파기 시사
머스크 "우주사업 철수" 맞불
성착취 스캔들 연루설도 제기
◆ 트럼프 시대 ◆
한때 최고의 '브로맨스'를 자랑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관계가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파국을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이 담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The One Big Beautiful Bill)'에 대한 머스크 CEO의 계속된 비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응하면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습이다.
포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열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가 BBB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론과 나는 좋은 관계였다.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놀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나는 일론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그는 여기 (백악관에) 있는 동안 법안의 준비 과정을 알고 있었으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안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폐지하자 머스크 CEO가 자신의 감세안을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즉각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이 법안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거짓(False)"이라며 "법안을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의회에서 거의 아무도 읽어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한밤중에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머스크 CEO는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하라. 하지만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를 차버려라"면서 "크고 추악한 법안 또는 얇고 아름다운 법안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얇고 아름다운 것이 정답"이라고 썼다. 머스크 CEO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머스크 CEO의 도움 없이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영상에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49가 됐을 것"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아주 배은망덕하다(Such ingratitude)"고 적었다.
머스크 CEO는 그동안 줄곧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존칭했으나 이날부터는 '대통령'을 떼고 '트럼프'라고 부르거나 '이 남자(this guy)'로 지칭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10여 년 전 미 정부와 의회의 부채 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확대 입법을 비판했던 게시물을 공유하며 "이 사람은 오늘 어디 있나(Where is this guy today)"라고 조롱했다.
머스크 CEO는 '미국에서 실제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는 내용의 온라인 설문도 올렸다.
머스크 CEO는 또 보수 진영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가 "나는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어야 할지 일론 편을 들어야 할지 묻는 의원들을 알고 있다"는 내용을 올리자, 답글로 "그들이 이 질문을 숙고하면서 생각해볼 것: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3.5년 남았지만, 나는 40년 넘게 주변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의 이런 반응에 대해 다시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내가 그에게 떠나라고 요청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를 강요하는 정책을 빼앗았다"며 "그러자 머스크는 미쳐버렸다(He just went CRAZY)"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회사에 정부 보조금 계약을 끊는 것이다. 난 조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늘 놀라웠다"며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맺은 계약의 파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자 머스크 CEO는 곧바로 "대통령의 정부 사업 취소 발표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스페이스X 없이는 NASA가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낼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머스크 CEO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 즉시 철수 입장을 몇 시간만에 번복했다.
머스크 CEO는 또한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의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X 글을 다시 게시하면서 "필요하다(Yes)"고 적었다. 머스크 CEO는 심지어 별도 X 글에서 "큰 폭탄을 투하할 때가 왔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으며, 이게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고 주장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 착취로 2019년 수감 생활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DJT(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회사의 티커) 좋은 하루 보내라!"며 조롱하는 투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난타전은 미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장중 17%까지 떨어졌으며, 전일 대비 14.26% 폭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에서 1520억달러(약 206조원)가 하루만에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 간 관계가 악화하면서 이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시장이 얼어붙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2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11만1900달러 대비 낙폭이 10%까지 확대됐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