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공습 단행에 대해 현지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 결단 하에 이날 이란 핵시설 3곳을 전격 공습했다. 이에 이란 핵문제와 그에 연결된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중동 정세 등이 일제히 중대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대체로 공습을 지지하는 분위기였으나 미국의 대외 개입을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인사와 민주당 인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대 2주간의 협상 시한을 부여하는 듯한 발언을 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기습 공격이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이란에서의 군사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은 진심이라는 점을 우리 적들과 동맹들에게 분명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란의 지도자에게 협상할 모든 기회를 줬지만, 이란은 핵무기 해제 합의를 약속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존슨 하원의장과 함께 공화당에 적을 둔 짐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엑스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저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결정적인 행동을 취했다"면서 "이건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더 넓게는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 역시 엑스에 글을 올려 "우리의 군 통수권자는 이란 정권이 가하는 실존적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신중하고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인사는 공습에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미국의 직접 개입 반대 입장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당)은 엑스에서 "미국이 막 위대해지려는 순간마다 우리는 또 다른 해외 전쟁에 연루되게 된다"면서 "이건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평화가 답이다"고 입장을 내놨다.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 역시 엑스에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매시 하원의원은 지난 17일 민주당 로 카나 하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도에 대해 나라를 오도했고, 군사력 사용에 대한 의회 승인을 요청하는데 실패했으며, 미국이 중동에서 처참해질 가능성이 있는 전쟁에 휘말리게 할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공격에 대한 의회 브리핑을 요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일방적인 군사적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완전하고 모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인 민주당 소속 러시다 털리브 하원의원은 엑스에서 "동료들이여 우리나라를 또 다른 전쟁으로 끌고 가는 실수를 다시 하지 말라. 여러분은 우리의 '전쟁 권한 결의안'에 서명해 대통령과 의회의 전쟁광들을 막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무소속이지만 민주당과 함께 투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공습 발표 당시 집회에 참석한 샌더스 의원은 무대에서 "극도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고 ABC뉴스는 보도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