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2019년 ‘판문점 번개’ 같은 깜짝 만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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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회담 신호 보낸 김정은]
트럼프, 지난달 “연내 金 만나고 싶어”… 金, 대화 가능성 트럼프 2기 첫 언급
G20때처럼 내달 APEC때 만날수도… 소식통 “회동 추진 물밑 움직임 감지”
金 “韓과는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 한국 패싱 노골화… 북미 담판 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자유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판문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자유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판문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내려놓으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밝힌 뒤 다음 달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공식화하자 김 위원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화답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2019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진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재연될 경우 동북아시아 정세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핵화 협상 불가론은 물론이고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이른바 ‘한국 패싱’이 노골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APEC 계기 트럼프-金 ‘브로맨스’ 재개 가시화

김 위원장은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비공개 친서를 제외하고 대외에 공개되는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6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해 왔다. 6월에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미국 정부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낼 친서를 뉴욕채널을 통해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미 대화 재개 구상이 구체화된 것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APEC에 초청하면서 “북한 김 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제안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마트한 제안”이라며 “올해 안에 그(김 위원장)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이달 3일 김 위원장은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6년 8개월 만에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전화 통화에서 APEC에서 만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가 만날 의사가 있다고 하는데 안 만나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는 점,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핵보유국으로 넘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현실이 트럼프를 만나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金 “한국과는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선 23일 시작되는 유엔 총회를 통해 북-미가 물밑 접촉에 나선 뒤 APEC을 계기로 판문점이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후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만남’을 깜짝 제안했고, 김 위원장이 호응하면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졌다.

정부도 판문점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19년처럼 판문점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이거나 확정적인 사항은 없지만 정상회의 기간에 두 정상의 즉석 회동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정부도 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은 즉각 북-미 대화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중국은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 문제의 핵심과 근본 원인을 직시하고 정치적 해결이라는 큰 방향을 고수하며, 긴장 완화와 지역 평화, 안정 유지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북-미 대화 지원 등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과는 어떤 경우에도 마주 앉을 일도,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한국은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국법으로 고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론’을 내건 정부는 남북 관계 복원을 서두르기보다는 북-미 대화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긴 안목을 갖고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남북 간 적대성 해소와 평화적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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