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교육부 폐지' 행정명령 서명…파격 개혁 추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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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21 16:32 수정2025.03.21 16:32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교육부 폐지를 추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교육부 폐지를 추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육부를 폐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 후 “내 행정부는 교육부를 폐쇄하기 위한 모든 합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의 역사가 불과 45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 기간 동안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돈을 교육에 지출해 왔고, 학생 1인당 지출도 훨씬 더 많지만 성공의 측면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한다”고 비판했다. 또 “엄청난 실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예산은 짧은 기간 동안 600%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폐지 추진하는 까닭은

교육부 폐지는 공화당의 오랜 숙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교육부의 전신은 1867년 연방정부 교육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의 교육부는 1979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때 보건교육복지부에서 독립하면서 시작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교육부 폐지를 시도했으나 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성사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교육부의 연방 교육 프로그램이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돈은 많이 쓰고, 성과는 못 내는 비효율 조직이라는 얘기다.

교육부의 연간 예산은 2024회계연도 기준 2680억달러(약 392조원)로 연방정부 전체 예산의 약 4%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해마다 연방 학교자금으로 600억달러(약 88조원) 이상이 지출된다. 연방정부·주 정부·지방정부 예산을 모두 합한 초·중·고교생 한 명당 평균 교육비는 연간 1만7277달러(약 2528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수준은 낮은 편이다. 미국 국가교육진척도 평가(NAEP)에 따르면 8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의 70%는 읽기와 수학에서 능숙하지 못하고, 4학년 학생의 40%는 기본적인 읽기 능력조차 부족하다.

조직은 비대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부는 실제로 누구도 교육하지 않으면서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의 비용으로 80명 이상의 직원을 둔 홍보실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기관이 과도하게 관료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은 아이들의 교육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워싱턴의 관료주의를 없앰으로써 아이들의 교육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별로 제각각인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액. / 에듀케이션데이터이니셔티브

주별로 제각각인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액. / 에듀케이션데이터이니셔티브

주 정부로 권한 이양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교육부가 없더라도 각 주 정부에서 교육을 담당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오랫동안 공화당이 주장해 온 내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은 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서 “비용은 절반으로 줄고 교육의 질은 몇 배나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교육정책의 핵심 권한은 현재도 주 정부와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다. 교육예산의 대부분(약 92%)은 연방정부 자금과 주 정부 자체 예산을 합해 주 정부에서 자율적으로 집행한다. 그러나 연방정부 자금을 배분하는 과정에 교육부가 관여하면서 통합적인 교육, 차별 없는 교육 등을 장려해 왔다.

주 정부로 교육정책의 권한이 넘어가게 되면 교육 시스템은 한층 수월성 위주로, 성과 중심주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과급 시스템도 운영될 수 있다”면서 “훌륭한 교사들은 더 나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주나 카운티에서는 기독교적 가치관 위주로 교육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의 대안으로 지적설계론(창조론)을 가르쳐야 하는지는 여러 차례 법정 공방이 벌어졌던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다양성 교육(DEI) 철폐도 트럼프 정부의 목표 중 하나다. 행정명령은 “연방 교육부 기금 배분시 DEI 등의 명목으로 숨겨진 불법적 차별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특수교육 등 일부 공익적인 기능은 연방정부에 남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장학금(펠 그랜트), 장애학생 특수 교육 지원 등 교육부의 주요 기능은 없애지 않겠다”면서 “(이를 위한) 자금과 자원을 모두 보존한 뒤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다른 기관과 부처에 재분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1조6000억달러 규모 학자금 대출 포트폴리오 운영 기능은 민간은행으로 이양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 교육부 지출액 사용 구성도. / USA팩트

미국 연방 교육부 지출액 사용 구성도. / USA팩트

실제 해체 가능성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정부부처를 마음대로 폐지하거나 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다. 교육부의 설치를 규정한 법령이 있는 만큼 법안의 제·개정을 위해서는 상원에서 6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공화당의 상원 의석 수는 53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교육부 공무원의 절반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일단 밀어붙이면서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형식적으로 교육부의 이름만 남겨놓고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식으로 실질적인 해체를 추진한다면 의회 승인 없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여론이 이처럼 과격한 개혁을 얼마나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0% 가량이 교육부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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