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0년 된 백악관 목련 베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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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대 잭슨 대통령 취임때 심어
‘증인 나무’ 지정, 세월호 위로 선물도
머린원 기동때 안전우려 제거

2022년 5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전사한 군인 유가족들이 새로 심은 목련나무 주변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2022년 5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전사한 군인 유가족들이 새로 심은 목련나무 주변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남쪽 뜰에 있는 200여 년 된 ‘잭슨 목련 나무’를 안전 이유로 베어내겠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나무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각한 안전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다음 주중 제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은 목재는 보존해서 고귀하고 중요한 일에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 나무는 미국의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1829∼1837년 집권)이 취임 당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레이철 여사를 기리기 위해 심었다. 나무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곳곳에 손상을 입었고 썩은 부분도 많이 생기면서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1994년 백악관 경내에 세스나 경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밑동이 대거 부러져 이후 지지대에 의존해 왔다.

이 나무 인근에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 헬기 ‘머린원’의 이착륙장도 있다. 헬기 이착륙 때 발생하는 바람과 충격에 나무가 부러지거나 떨어져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였던 2017년 이 나무를 베어내기로 결정했지만 “백악관 역사의 산증인을 함부로 제거하면 안 된다” 등의 반발을 의식해 위험한 가지만 대거 잘라냈다.

역대 백악관 거주자 중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 등이 이 목련을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방한 때 세월호 참사를 위로하고자 이 나무의 묘목을 안산 단원고에 선물했다. 봄마다 피어나는 목련의 꽃말이 ‘부활’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미 국립공원관리청은 2006년 이 나무를 여러 역사적 사건을 목격한 ‘증인 나무’로 지정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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