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100주년 맞은 ‘투란도트’
비극적 사랑 속 전쟁의 아픔 그려… 칼라프 역 백석종 첫 고국 무대에
전막 초연 150주년 ‘니벨룽의 반지’… 15시간짜리 공연, 4시간으로 압축
콘서트 형식 꾸며 사운드에 집중
‘투란도트’는 비극적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익숙한 주제를 넘어 전쟁과 평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작품. ‘니벨룽의 반지’는 15시간 안팎의 대서사시를 약 4시간으로 압축해 바그너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 비극적 사랑, 반전 메시지로 읽다
예술의전당은 22∼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투란도트’를 선보인다. 1926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은 세 개의 수수께끼를 내고 맞히지 못한 구혼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공주 투란도트와 공주를 사랑해 목숨을 건 왕자 칼라프의 이야기. 칼라프가 3막에서 부르는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은 비극적인 사랑이라는 외피 속에 짙게 깔린 ‘폭력과 복수’의 고리를 오늘날의 전쟁과 갈등이란 문제로 해석한다. 정선영 연출은 10일 간담회에서 “투란도트에는 전쟁에 대한 통탄과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기원이 담겨 있다고 봤다”며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얻는 이익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또 모른 척 일상으로 돌아오는 ‘전쟁기’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예술가로서 이 공연이 ‘전쟁을 멈추자’고 소리 높이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등에서 활약해 온 테너 백석종은 왕자 칼라프 역으로 처음 고국의 오페라 무대에 선다. 그는 “한국 관객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건 세계의 어떤 무대보다 특별하다”며 “칼라프는 지금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시그니처 롤’”이라고 했다. 테너 김영우가 함께 칼라프 역을 맡았으며, 소프라노 에바 프원카와 서선영이 투란도트 역으로 출연한다.● 15시간 대서사를 압축한 ‘바그너 입문서’
다음 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콘서트가 열린다. 1876년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 전막 초연된 지 올해로 150주년을 맞은 걸 기념해 기획됐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라인강의 황금으로 만든 반지를 둘러싸고 인간과 난쟁이족, 신, 거인족이 벌이는 싸움과 사랑, 음모를 그렸다.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어지는 4부작 오페라로, 전막을 다 공연하면 15시간가량이 걸린다. 이번 공연은 핵심 장면과 주요 독창·중창을 추려 3시간 55분(인터미션 30분 포함)으로 압축한 ‘바그너 입문서’라 할 수 있다. 무대 장치와 연출을 덜어낸 콘서트 형식으로, 목소리와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집중하도록 구성했다.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은 난쟁이족 알베리히와 그의 아들 하겐을 함께 맡는다. 테너 김재형은 영웅 지그프리트를, 소프라노 이명주는 지그프리트의 연인 브륀힐데를 노래한다.제작진은 15시간짜리 오페라를 4시간 분량으로 줄이되, 서사가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사무엘 윤은 8일 간담회에서 “바그너가 완벽하게 만든 네 작품을 하나로 줄이는 건 큰 모험이자 도전이었다”며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나타내는 ‘유도동기’(誘導動機·특정 인물이 감정, 상황을 상징하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짧은 음악적 주제)를 살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지휘를 맡은 아드리앙 페뤼숑은 “기존에는 오페라 네 편의 여러 장면을 한데 섞은 짬뽕 같은 작품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번 작품은 다르다”라며 “우리는 ‘4개 코스의 식사’처럼 각 작품의 개성을 고스란히 살려내겠다”고 다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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