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체포에 엇갈린 한남동 민심
보수단체 “나라가 넘어갔다”
공수처 앞서 대규모 항의집회
탄핵찬성측, 노래·춤으로
15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사람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 회원 65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이날 이른 새벽부터 집결했다. 앞서 이날 새벽 영장 집행이 예고되면서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맹추위 속에서 밤새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나온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이 들려오자 지지자들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곳곳에서 “빨갱이들” “나라가 넘어갔다”는 절규가 나왔고 일부 지지자는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 한남초 앞 반대 집회에선 지지자 20여 명이 대자로 누워 “이재명 먼저 잡아가”라고 소리쳤다.
이들의 분노는 경찰과 찬성 집회를 향했다.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바리케이드를 밀치며 경찰에게 “대통령 팔아먹었으면 썩 꺼져”라고 소리쳤다. 일부 지지자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찬성 집회와 공수처 차량에 난입을 시도해 경찰이 중재에 나섰다. 한 남성 지지자는 “12월부터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외쳤는데 경찰은 종북세력 앞잡이 노릇만 한다”고 말했다.
반면 탄핵 찬성 집회는 환호성과 웃음으로 가득했다. 경찰이 관저 내부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나온 8시 23분께부터 찬성 집회는 다 함께 ‘질풍가도’ ‘힘내!’ 같은 노래를 부르며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응원했다.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이 나오자 일부 참가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공수처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수백 명의 경찰과 경찰 버스 수십 대가 에워싼 청사 담장과 불과 50m 거리를 둔 채 집결해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가 불법이라며 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체포에 지지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오전 관저 앞에서와 달리 오후 집회 분위기는 한껏 격앙됐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불법 체포’ ‘불법 탄핵’ ‘대통령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사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의자나 돗자리, 텐트 등을 설치하고 철야농성을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전에서 온 60대 여성 A씨는 “오전 8시부터 관저 앞에서 대통령님을 지켰는데 분하다”며 “오늘 조사가 끝나 (윤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밤새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신자유연대와 우리공화당 등 윤 대통령 지지 단체는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5200명 규모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대통령 관저 앞에서 넘어온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신고된 장소가 아닌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 집결했다. 경찰은 참가자들에게 불법 집회를 채증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라고 경고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야당을 지지하는 유튜버와 윤 대통령 지지자 간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충돌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정부과천청사 주변에 경력 8개 중대 520여 명을 투입해 집회 참가자들의 돌발 행동 가능성에 대비했다. 정부과천청사는 사전에 허가를 받은 인원만 출입하도록 통제 상태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