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이저건·보디캠 제조업체 액손엔터프라이즈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통합 보안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제2의 팰런티어'로 주목받고 있다. 액손의 테이저건을 작동하면 보디캠이 자동으로 녹화를 시작하고, AI는 해당 영상을 분석·편집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이 같은 통합 모델이 이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이저건 시장 독점한 액손, AI로 성장 가속
액손은 테이저건, 보디캠, 차량용 카메라 등 하드웨어와 함께 경찰 전용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판매하는 보안 솔루션 기업이다. 액손이 개발한 테이저건은 전기충격기(CEW)의 고유명사로 통할 정도로 CEW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미국 연방 및 지방 경찰, 교정시설 등 법 집행기관이 주 고객으로, 전체 매출의 88%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최근에는 캐나다 연방경찰(RCMP)과 최신 보디캠 '액손보디 4(Axon Body 4)'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확장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제품별 매출(올해 1분기 기준)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2억6273만달러), 테이저건(1억9549만달러), 보디캠 (8840만달러) 순이다. 특히 AI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부문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올해 1분기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액손의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포괄적 생태계에 있다. 주로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는 타 업체들과 달리 액손은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르며 증거 수집부터 체포, 기소에 이르기까지 액손만의 보안 생태계를 만들었다.
해당 기업의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락인(이용자 묶어두기) 효과'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액손의 연간반복매출(ARR)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11억달러를 기록했고, 순매출 유지율(NRR)은 123%에 달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드래프트 원(Draft One)'은 보디캠과 연동돼 테이저건 작동 시 자동으로 녹화를 시작하고, 해당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 경찰의 보고서 작성 시간을 약 67% 단축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출시된 '액손 어시스턴트(Axon Assistant)'는 보디캠에 탑재된 AI 음성 인식 기반 도우미로, 현장에서 경찰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릭 스미스 액손 최고경영자(CEO)는 "AI가 경찰관에게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취임과 동시에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단속 강화를 요구한 가운데, 액손은 향후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 중 하나로도 주목받고 있다.
'드론 방어'까지 품은 액손…1년간 주가 170%
빠른 성장세를 기반으로 액손은 2023년 파산으로 상장 폐지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대신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됐다. 이전에는 중형주 중심의 S&P 미드캡 400 지수에 속해 있었다.
지난해에는 독일 드론 방어 기술업체 데드론(Dedrone)을 인수하며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데드론은 특정 드론 모델을 식별·추적하고, 무선 주파수 방해 기술을 통해 침입을 차단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액손은 사람의 개입 없이도 AI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로 액손의 전체시장규모(TAM)는 약 140억달러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액손은 올해 TAM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적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액손은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자체 전망)를 기존 25억5000만~26억5000만달러에서 26~27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는 26억2000만달러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6억36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5억8380만달러)를 상회했다. 1분기 주당순이익(EPS)도 1.41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27달러를 넘어섰다.
올 들어 액손 주가는 25.8%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상승률은 약 170%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스미스 CEO는 지난해 S&P500 소속 기업의 CEO 중 최고 보수를 수령한 인물로 집계됐다. 스미스 CEO의 보수는 총 1억6453만달러(약 2260억원)로 제너럴일렉트릭(GE), 블랙스톤, 애플 CEO의 보수를 모두 뛰어넘었다. 스미스 CEO의 연봉은 회사 성과에 따라 최종 수령액이 결정되는 성과연동 구조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