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와 달리 실시간 도로 환경 인식
정밀지도 없어도 주행…텍사스에 첫선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슬라는 센서에서 제어까지 하나의 인공지능(AI)이 처리하는 ‘엔드 투 엔드’ 기반 자율주행 진영을 대표하는 업체로 꼽힌다. 그간 ‘룰 베이스(인간이 정한 룰 아래 AI가 단계별로 처리)’ 방식으로 시장을 주도하던 구글 자회사 웨이모의 독주 체제에 테슬라가 균열을 만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로보택시 시장의 ‘메기’ 테슬라 등장
22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오늘 오후 오스틴에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승객들은 정액 요금 4.2달러(약 5800원)를 지불한다”며 구체적인 요금 체계도 함께 공개했다. 테슬라는 안전을 위해 모델Y 10여 대로 제한된 구역에서 소수의 SNS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지금까지 미국 로보택시 시장은 웨이모가 선도해왔다. 웨이모는 현재 1500대의 차량으로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등 주요 도시에서 주간 25만 건의 유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업체의 자율주행 기술은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웨이모는 29개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다양한 센서를 탑재하고 미리 제작된 정밀 지도를 활용해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이 방식은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밀 지도가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운행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반면 테슬라는 8개 카메라 만으로 실시간 도로 환경을 인식해 지도 없이도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웨이모가 로보택시 서비스 지역 확장의 어려움과 여러 건의 안전사고로 기술 확장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보여줄 로보택시 서비스의 완성도가 양 진영 간 경쟁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이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시장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올해 2737억 달러에서 2034년까지 연 평균 36.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AI 패권 경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의 죽스(Zoox)도 웨이모와 유사한 방식으로 2025년 말까지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폭스바겐 등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미국 전역에서 시험 운행을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최소 19개 회사가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두와 포니에이아이 등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운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40년까지 중국 신차 판매의 90%가 레벨 3 이상 자율주행 기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사업부 포티투닷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설립하며 1차로 3462억 원을 투자받았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19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상용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자율주행차 기술은 전체 5단계(완전 자동화) 중 부분 자동화 수준인 2단계에서 머물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보다 시장 진입 시점이 뒤처진 데다 기술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에서는 2.5단계, 3단계 이상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인력 부족과 규제 등에 발목잡혀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라며 “미중 자율주행차 강국과의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이를 타개할 제도적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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