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탄핵 당시엔 대출 쉬웠고
서울 집값도 낮아 수요 충분
지금은 금리 등 먹구름 잔뜩
토허제 재지정 거센 후폭풍
부동산 매수심리 크게 위축
장밋빛 환경 오기 힘든 현실
내집마련 전략 다시 짤 필요
오세훈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함께 촉발된 2월과 3월 부동산 시장은 한마디로 '영끌2'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은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량도 급증했다. 그동안 최상목 대행 체제의 가계부채 감축 정책은 물론이고 부동산 연착륙 정책을 송두리째 뒤집은 것이다. 온 언론에서는 서울발 부동산 급등 현상을 다뤘고 가계부채 급증 관련 기사까지 등장하자 화들짝 놀란 정부는 각 기관 합동(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서울시·금융위원회 등)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을 지난달 19일 발표하고 24일부터 전격 시행했다. 이어 서울시가 지난 3일에 압구정동 등 4곳 주요 재건축 단지 총 4.5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다고 밝혔다.
대상 지역은 압구정동 24개 아파트 단지, 여의도 내 16개 아파트 단지, 목동 14개 단지, 성수동 전략정비구역이며 기한은 내년 4월 26일까지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아파트만 규제가 적용되는 데 반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에서는 주거용 6㎡, 상업용 15㎡를 초과하는 모든 부동산, 즉 아파트는 물론이고 빌라와 다세대, 상가까지 허가 대상이 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을 취했다.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시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쳐버렸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는 6월이 되면 재지정이 없을 시 자동 해제되는 상황임에도 해제를 한 것은 정말 황당하고 생뚱맞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한마디로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보다는 권력과 정치를 위한 행보를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이후 부동산 시장은 확연하게 바뀌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3일 발표한 3월 5주(31일 기준) 주간 동향을 보면 서울의 상승률은 0.25% 상승에서 0.11%로 상승 폭이 크게 둔화했고 송파구는 3월 4주 차에는 0.03% 하락을 나타냈다.
거래량도 확대 재지정 이후 현재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및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개 구에서 거래가 급감했다. 또 한국부동산원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3월 셋째 주(17일) 100.6에서 다섯째 주(31일) 98.7로 하락해 규제 강화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매수세 약화를 나타냈다.
방언하고 이제 탄핵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당분간 약보합 흐름 혹은 정부 정책자금 대출로 인한 약상승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제거돼 상승했다는 점과 비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단순한 예측으로 경제 여건과 대출 등 금융환경 그리고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는 것이라 근거가 부족하다는 예측이다.
향후 시장을 예측하려면 여러 가지 환경과 여건 그리고 정책 방향 등을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현재의 다른 점을 살펴보자. 이 당시의 소득 대비 대출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한 주택가격 수준은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표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로 비교가 가능하다. 이 지수가 100이면 중위가구 소득자가 중위가격 주택 구입 시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소비하는 것이다. 200이면 소득의 50%를 원리금 상환 부담에 사용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서울의 주택가격부담지수는 80 수준이었고 주택 구매 부담에 여유가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영끌'과 함께 폭등했던 서울의 2021년 12월 이 수치는 226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주는 가격 수준을 나타냈고 이듬해 미국 금리 인상과 고평가 임계점이라는 변수로 폭락하면서 현재는 160~170 전후를 보인다. 즉 박근혜 탄핵 시절의 2배 이상 부담을 가지는 주택가격 수준인 것이다.
두 번째로 대출 환경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전세 대출금액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면서 촉발된 전셋값 상승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유주택자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분양가 자율화 등으로 부동산 상승이 시작됐다.
세 번째로 금리 조건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준금리는 1.75~1.5%였다. 현재는 2.75%이고 향후 2.5%까지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 바젤3 협약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고 있고 7월 이후에는 스트레스 DSR까지 시행된다는 점을 볼 때 탄핵 이후 부동산 시장의 주요 요인인 금리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네 번째로 부동산 상승 기간에 시행됐던 당시의 조기 대선과 달리 지금은 연착륙 조정 구간의 진입 가능성이 큰 시기에 치러지는 대선이고 가계부채 긴축이라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 함께 차기 정부에서도 이 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므로 대선 이후 상승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인구구조 등을 볼 때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향후 부동산 시장은 예전의 장밋빛 환경은 다시 오기 어려워 보인다. 한마디로 보수적·안정적인 내 집 마련 방식과 자산 관리 전략을 가지고 시장에 대처해야 하는 시기다. 아울러 향후 정권을 창출하는 집권당이 펼칠 부동산 정책 시나리오를 예상하면서 부동산 자산 관리와 내 집 마련 계획을 재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