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산업 전환과 새로운 진출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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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웅
자그레브무역관장

윤태웅 자그레브무역관장

3년 전 크로아티아로 발령 났을 때 일이다. 챗GPT에 ‘한국인에게 크로아티아는 어떤 이미지인가’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단순했다. 축구 스타 루카 모드리치(AC밀란)로 대표되는 ‘축구 강국’,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는 두브로브니크와 세계자연유산인 플리트비체가 선사하는 ‘빼어난 자연환경’, 그리고 옛 유고슬라비아에 속했던 주요 국가라는 이미지였다.

돌이켜보면 당시 챗GPT의 평가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세 이미지는 이제 크로아티아의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 잡아 더욱 공고해졌다.

크로아티아는 총인구수 386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정치와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크로아티아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2180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관광 수입은 수년째 크로아티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크지 않지만, 개방경제와 관광산업으로 극복해낸 것이다.

정치적 안정을 이뤄낸 점도 크로아티아가 도약할 수 있었던 주된 배경이다. 중도 우파 집권당인 크로아티아민주동맹(HDZ)은 세 번째 연임 중이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는 2016년 이후 약 10년간 장기 집권하며 정책 연속성을 지키고 있다.

2023년 유로존에 편입했고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국경 문턱을 없앤 솅겐조약에 가입해 통화 안정을 이루고 대외 신뢰도를 제고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공공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구조개혁을 마무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사이 크로아티아의 경제지표는 빠르게 개선됐다. 2016년 약 1만1000달러에 머물렀던 1인당 GDP를 2025년 2만3500달러 수준으로 2배가량으로 끌어올렸다. 평균 소득도 2013년 EU 대비 약 61% 수준이던 평균 소득이 2025년 약 80%까지 올라 이제는 폴란드와 맞먹는 수준이 됐다.

최근에는 유로존 평균의 두 배인 3년 연속 연 3%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1990년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가장 안정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크로아티아 경제는 여전히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교역 규모는 700억달러로, 이 중 수출 비중은 250억달러 수준이다. 제조업 기반이 약해 무역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독일·슬로베니아·이탈리아 등 3개 국가가 전체 교역의 35%를 차지하고, EU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2013년 EU 가입 후 199억유로 규모의 기금에 의존한 성장 구조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안고 크로아티아 정부는 2027~2034년 ‘국가산업발전계획’을 올해 1분기 내로 마련할 예정이다.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확대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신산업을 발굴하면서도 중대형 제조기업을 투자, 수출 그리고 고용의 중심축에 두겠다는 전략도 수립했다. 이는 중소기업에 비중을 뒀던 크로아티아의 기존 정책과는 다른 대목이다.

아직 한국과 크로아티아의 교역 규모는 크지 않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약 1억5000만달러. 한국의 크로아티아 수출액(1억2926만달러)은 인근 세르비아 수출액의 약 73%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교역 규모야말로 교역 확장 여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크로아티아의 산업전환이 본격화하는 요즘, 한국과 물류·에너지·의료·바이오 등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KOTRA 자그레브 무역관의 ‘보이는 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양국 기업이 서로에게 필요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산업 구조 전환의 초입에서는 먼저 움직이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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