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마진 줄면 납품가 깎고 광고비 강요···법정 최대 과징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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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에 시정명령·과징금 21억8500만원 부과
마진 정해 미달 시 납품업체에 납품가 인하·광고비 요구
상품대금 최대 233일 늦게 주고 지연이자도 미지급
이번 제재 예고편 불과…김범석 동일인 지정 문제 등 주목

  • 등록 2026-02-26 오후 9:58:20

    수정 2026-02-26 오후 10:07:05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이후 나온 정부의 쿠팡에 대한 첫 제재는 ‘갑’의 위치에 있는 쿠팡이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납품업체를 어떻게 압박했는지가 핵심이다.

26일 쿠팡에 21억 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납품업체와 약 20~30%대의 마진 목표(PPM)를 설정하고, 실적이 이에 못 미치면 납품가 인하나 광고비 부담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쿠팡 구매담당자들은 기록이 남지 않는 전화나 메신저를 동원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발주 중단을 암시하는 수법을 사용해 사실상 업체들의 손발을 묶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쿠팡의 갑질행위에 대한 위반 금액을 특정하기 어려워 ‘산정 곤란’ 사례로 분류하면서도, 법정 최고 한도인 5억원의 정액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조원식 유통대리점조사과장은 “쿠팡이 불법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해 전체 위반 금액을 특정하기 어려웠지만, 위반 프로세스에 대한 증거는 충분히 확보했다”며 “법이 허용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해 엄정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꼼수를 부렸다. 법정 기한인 60일을 넘겨 최대 233일이나 대금을 늦게 주면서 지연이자 8억 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쿠팡 측은 상품이 창고에 들어온 뒤 검수·검품을 마친 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법상 ‘상품수령일’은 실제 물건이 인도된 날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2021년 도입된 직매입 대금 지급 기한 조항을 적용해 제재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이번 제재는 쿠팡을 둘러싼 여러 의혹의 ‘예고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공정위에는 쿠팡과 관련한 다수의 안건이 상정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 시장에서 입점 업체에 다른 앱보다 낮거나 같은 가격을 요구하는 ‘최혜대우’ 의혹과 와우멤버십에 배달 서비스를 묶어 파는 ‘끼워팔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건은 쿠팡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는지를 다투는 만큼 결과에 따라 쿠팡의 수익 모델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출시하면서 입점 업체 데이터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과 매년 반복되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까지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공정위가 법 집행의 엄정함을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규모유통업법 특성상 제재 수위가 아주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어 과징금 액수가 적어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사건의 실체와 법적 한계를 고려할 때 공정위가 적정한 수위에서 법을 집행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원식 공정위 유통대리점조사과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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