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캘리포니아주의 계획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가로막혔다. 캘리포니아가 자체 도입한 전기차 규제를 폐지하는 의회 결의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기로 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 간 갈등이 로스앤젤레스(LA) 시위에 이어 전기차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기차 규제 폐지 서명
로이터통신은 미국 연방 하원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035년부터 신차의 경우 전기차 등 친환경차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캘리포니아주 규제를 폐지하는 의회 결의안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전기차 판매 의무화 및 디젤 엔진 규제를 무효화하는 내용이 담긴 의회 결의안 3건이 해당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전 11시 이 같은 결의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전기차 전환 규제뿐만 아니라 대형 디젤 엔진에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려는 캘리포니아주의 권한을 무력화하려고 트럼프 행정부가 수개월간 노력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그 마무리”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연방 환경보호청(EPA) 승인 아래 연방정부보다 훨씬 높은 기준의 환경 규제를 도입했다. 2035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80%는 전기차, 나머지 20%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채우도록 정했다. 캘리포니아주에 등록된 신차 중 무공해 차량(전기차, 하이브리차 등) 비중은 2020년 7.8%에서 지난해 25.3%로 높아졌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만큼 뉴욕, 매사추세츠 등 다른 11개 주에서도 캘리포니아 규제를 따라 2035년부터 전기차 판매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절반이 해당 규제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결의안은 의회검토법(CRA)에 따라 의회가 백악관에 송부했다. 의회검토법은 행정부나 기타 연방기관이 마련한 규제에 대해 의회 거부권을 보장한다.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규제는 EPA 승인으로 도입됐기 때문에 의회검토법 대상이다. 의회 결의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미국 상원은 캘리포니아주의 내연차 판매 금지 정책을 뒤집기 위한 결의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트럼프 vs 뉴섬 갈등 확산
2028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내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 작전 반대 시위에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파견하자 뉴섬 주지사는 LA 내 군대 배치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긴급 가처분 신청을 냈다.
뉴섬 주지사는 임기 2년 차인 2020년 ‘2035년 전기차 판매 의무화 규제’를 도입했다. 작년 대선 이후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더라도 주정부가 나서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금 환급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맞섰다. 이번에도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안 서명은 불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캘리포니아의 강력한 규제에 반대하던 자동차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안 서명을 반기는 분위기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등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자동차혁신연합(AAI)은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판매 의무화 규정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