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를 주면 뭐해요. 쓰지를 못하는데….”
서울 양천구에서 8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김아름 씨(36)는 지난해 서울시 영유아 택시비 지원금(사업명 서울엄마아빠택시) 10만원 중 겨우 2만원만 쓸 수 있었다. 나머지는 자동으로 소멸됐다. 김씨는 “포인트 결제로 호출할 땐 잡히지 않던 택시가 포인트가 소멸하고 나자 단 5분도 되지 않아 잡혀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의 87개 사업 중 하나인 엄마아빠택시가 현장에선 “쓰지도 못하고 소멸되는 항공 마일리지와 다를 게 없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엄마아빠택시는 서울시가 0~24개월 영아 양육자에게 대형 택시 요금 10만원을 포인트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기를 데리고 한번 외출할 때마다 짐을 잔뜩 챙겨 다녀야 하는 부모들의 편리한 이동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사업 첫해인 2023년도에는 16억원을 들여 10개 자치구에서 영아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했고, 작년에는 영아 6만2500명 지원을 목표로 사업을 확대해 25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이용자들은 “배차가 잘 되지 않고 요금이 과하다”고 하소연했다. 6개월짜리 영아를 키우는 이모씨(32)는 “엄마아빠택시를 부를 때마다 최소 다섯 번을 시도하고, 차량을 우선 배차해주는 ‘매직라이드’ 기능을 활용해도 잡히지 않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에도 “기사님들이 일부러 배차를 안 잡는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통상 택시 요금보다 이용료가 서너 배 이상 비싼 요금도 논란이다. 이씨는 서울 지하철 1호선 대방역에서 여의도까지 2㎞ 거리를 갈 때 3만1000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다른 택시 호출 앱에서 비슷한 설정으로 호출했을 때는 9000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가 제안한 자율신고 요금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서울시도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없었다.
이 밖에 신생아용 바구니형 카시트와 영아용 카시트를 모든 택시가 다 구비하도록 해달라는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이용자는 신생아용 카시트(0~6개월)와 영아용 카시트(7~24개월)를 선택할 수 있는데, 택시 안에 기본적으로 구비된 휴대용 카시트는 목을 가누기 힘든 아기를 앉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문제점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개선 속도가 더디다. 시 관계자는 “올해는 카시트 사양을 개선하고 사업자를 늘려 가격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가 저출생 관련 사업을 벤치마킹할 만큼 수요자 중심의 대책을 다수 내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위상에 걸맞게 서비스 디테일에도 더욱 신경써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