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시간 싸움’입니다. 연구원들 손발을 묶고 어떻게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경쟁에 나서라는 건지….”
지난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을 놓고 업계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혁신 생태계 조성, 인프라 지원 등 정부 지원 근거를 마련한 건 반가운 대목이지만, 정작 1순위 요구사항인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치는 빠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연구 인력의 근로 특례를 추가 논의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지만, 권고 사항에 불과한 만큼 여야가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문제는 지난 1년간 반도체업계의 최대 화두였다. 반도체산업은 공정 개발과 시제품 양산 직전엔 밤샘 작업이 일상이다. 주 52시간으로는 속도를 맞추는 게 불가능한 구조다. 여당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특별 연장 근로’ 제도는 절차가 복잡한 데다 일일이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2019년 7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반도체업계에선 이제 야근이 ‘별난 일’이 됐다. 반도체업계 경영진이 “열정으로 똘똘 뭉쳤던 연구원도 이제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일반 직장인이 됐다. 하향평준화의 결말이 다가오는 것 같아 두렵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이유다.
문제는 한국만 이렇다는 데 있다. 다른 나라는 반도체산업에 재정적 지원과 함께 제한 없는 시간을 쏟고 있다. 중국에서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은 테크기업의 기본 근무 포맷이 된 지 오래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에선 주 70시간 근무하는 R&D 인력이 허다하다. 근로시간 규제에 엄격한 미국에서도 테크산업은 예외로 친다. 고액 연봉자 및 전문직은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덕분이다.
지난 6년여간 이어진 주 52시간제는 중국과의 격차를 좁힌 원흉 중 하나로 꼽힌다. 밤샘 근무를 하는 중국을 쉬엄쉬엄 일하는 한국이 언제까지나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성능을 갖춘 최첨단 D램(DDR5)을 내놓은 것이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삼성전자(286단), SK하이닉스(321단)와 비슷한 270단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 전략산업이 된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은 재정 지원과 함께 시간이다. ‘시간의 틀’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엔 추락밖에 없다. ‘반쪽짜리’ 특별법을 온전하게 다시 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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