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개한 ‘2024년 주요 정책 부문 자체 평가 결과보고서’는 스스로 수립한 세부 정책에 관해 반성문을 꼼꼼히 작성했다는 점에서 다른 부처가 배울 만하다.
보고서는 지난해 주요 정책 66개를 A(상위 5%)부터 G(하위 5%)까지 7단계로 나눠 평가한 뒤 순위를 매겼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도 있다. 자체 반성문에도 불구하고 매년 반복되는 정책 실패가 있어서다. G등급으로 분류된 ‘세수 추계 정확도 제고’ 정책이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4년째 상당한 규모의 세수 추계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작년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정부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산출한 국세 수입보다 30조8000억원 덜 걷혔다. 세수 오차율이 -8.4%에 달한다. 세수 오차율은 2021년 21.7%, 2022년 15.3%, 2023년 -14.1%를 기록했다.
정확한 세수 추계는 나라 살림의 근간이다. 과도한 세수 추계 오차는 국가의 합리적 재정 운영을 가로막고 정책 신뢰도를 훼손한다. 기재부는 빗나간 세수 추계를 반성하면서 여러 보완 대책도 발표했다. 추계 과정에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안 등을 공개했다.
이런 대책을 두고 기재부 내부에서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를 둘러싼 경제 변수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서 여러 기관이 참여한다고 해서 세수 전망의 정확도가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세수 추계를 틀리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재부는 일정상 늦어도 8월 중순까지 세수 추계를 매듭지어야 한다. 매년 9월 초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에 세수 추계 내용을 담아야 해서다. 하지만 8월 중순까지 세수를 정확히 추계하기는 쉽지 않다. 3분기 경기 지표, 8월 말 법인세 중간 예납 결과도 알지 못하고 세수를 추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선 이런 변수를 반영할 수 있도록 예산안 제출 기한을 현행 9월 초에서 10월 초로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국회에선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 등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짧은 시간 예산안을 집중 심의하기 위해 국정감사를 상반기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대책이다.
현행 시스템에서 기재부가 반성문을 쓰고 정책 대안을 낸다고 세수 추계 오차가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