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실험 결과는 자체 실험과 크게 달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노루페인트의 자동차 보수용 수성 페인트 ‘워터칼라플러스’가 기준치의 3.8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을 배출한다는 등의 이유로 환경부가 내린 회수 명령에 대해 회사 측이 밝힌 입장이다. 국가공인 시험인증기관 세 곳이 몇 주에 걸쳐 시행한 실험 결과를 못 믿겠다는 얘기다. 세 곳은 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KIDI)로 모두 공신력 있는 인증기관이다.
환경부가 이 실험을 세 곳에 맡긴 이유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KCC, 삼화페인트공업, 강남제비스코, 노루페인트 등 페인트 제조사 10곳이 2022년 환경부와 함께 맺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노루페인트 측이 위반했다는 타 제조사들의 고발 때문이었다. VOCs 기준은 L당 200g인데 실험 결과 노루페인트 제품은 766g에 달했다. 또 워터칼라플러스는 수용성 바인더, 수용성 희석제와 섞어야 하는데 수성으로 섞었더니 색상 편차가 13.7로 크게 다르다는 결과도 나왔다. 반대로 유성 수지, 유성 희석제를 섞었을 때 색 편차가 0.5로 나타나 이 제품은 사실상 유성이라는 게 환경부의 결론이었다.
이에 대해 노루페인트 측은 자체 실험 결과 색 편차는 13.7이 아니라 0.58인 데다 VOCs도 L당 167g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수성 제품 개발을 위해 평택 포승공장에 500억원 설비투자도 했는데 억울하다”며 이달 20~24일 자체 재실험을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페인트업계의 불만은 더 있다. 업계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노루페인트가 이 제품을 대리점에 공급하면서 유성 수지, 유성 희석제 사용을 권장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페인트 대리점의 편법 유통 관행, 수성 대신 유성 희석제와 섞어 쓰는 공업사들의 편의주의적 행태를 노루페인트가 모르는 체하는 걸 넘어 ‘권장’까지 한다는 지적이다.
한 페인트업체 관계자는 “노루페인트가 비공개 업계 대책회의 때 ‘공업사들이 유성으로 섞어 쓰는 것까지 우리가 어떻게 하겠냐’는 태도를 보였다”며 “오죽 괘씸했으면 ‘노루페인트가 아닌 노룰(No rule)페인트’라고 공동 보도자료를 냈겠냐”고 했다. 노루페인트는 공인 인증기관의 실험 결과를 못 믿겠다는 ‘몽니’를 부리기 전에 대리점·공업사 단속과 제대로 된 사용 교육부터 해야 한다. 자사 제품이 KC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려면 적어도 KC인증 기관인 KCL의 실험 결과는 믿고 따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