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조 시장 좁다"…해외에서 돌파구 찾은 침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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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1조 시장 좁다"…해외에서 돌파구 찾은 침대 기업

돌돌 말면 부피가 60% 줄어드는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기업이 있다. 국내 회사 지누스다. 침대 전문 기업 에이스와 시몬스가 스프링 강도, 소재 등을 업그레이드하며 국내 시장에서 경쟁할 때 지누스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텐트 제조 기술을 활용해 스프링 없이 접을 수 있는 폼 매트리스의 ‘스몰 박스’ 포장 특허를 내고 아마존에 입점했다. 지난해 이 회사 수출은 8542억원으로 연 매출(9131억원)의 93.5%에 달한다. “침대는 부피 때문에 수출할 수 없다”는 업계 통념을 혁신 기술로 돌파했다.

국내 침대 시장은 그동안 ‘형제 기업’인 에이스와 시몬스가 1위 경쟁을 벌여왔다. 동생인 안정호 시몬스 사장은 3년 전 처음으로 형님인 안성호 에이스 사장을 매출 기준으로 제치고 국내 침대업계 1위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선 후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의 작년 매출을 합쳐도 6411억원에 그친다. 국내 전체 침대 시장 규모를 따져봐도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지누스가 좁은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유다.

최근 국내 침대 기업들의 1등 경쟁에 대기업이 참전하면서 업계가 시끄러웠다. 시몬스가 “지난해도 우리가 침대 1등”이라고 발표하자 코웨이가 “1등은 우리”라고 반박한 것. 수년간 ‘침대 3위’로만 알려진 코웨이가 뜬금없이 “1위”라고 주장하자 침대업계는 발끈했다. 침대 매출을 외부에 공시하지 않는 데다 코웨이 침대는 상당수가 렌털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어서다. 금융 리스 일종인 렌털은 계약 시점에 전체 금액의 절반을 매출로 잡는다. 나머지 50%는 계약 기간 동안 나눠서 매출에 반영한다. 침대업계가 “코웨이가 자체 집계했다는 지난해 매출(3654억원)에는 몇 년 전 계약한 매트리스 렌털의 월 납부액이 포함됐을 것”이라며 “과연 진짜 지난해 침대 매출로 볼 수 있느냐”고 주장하는 근거다.

코웨이에 침대는 전체 매출(4조9635억원)의 7.3% 수준인 비주력 사업이다. ‘침대 1등 경쟁’에 뛰어들면서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을 수 있다. 하지만 ‘생활가전 렌털 대기업’이 ‘침대 전문 업체’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그동안 국내 침대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코웨이가 참전하고 지누스가 해외로 나가면서 생태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조원대 우물’인 국내에서만 아웅다웅 싸우는 모습이 안타까운 것은 접는 기술 특허로 부피의 한계를 극복한 지누스 같은 수출 기업이 있어서다. 우물을 벗어나려면 틀을 깨는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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