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낮은 국가일수록, 1인당 GDP 더 늘었다"

1 week ago 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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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출생률은 대부분 국가에서 중장기적인 번영을 가져왔다.”

"출생률 낮은 국가일수록, 1인당 GDP 더 늘었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사진) 등이 최근 내놓은 논문의 도발적인 주제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권력과 진보> 등의 저서를 통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 경제의 흥망을 좌우할 요인을 연구해왔다. 최신 논문에서 그는 인구 100명당 출생아(출생률)가 적은 국가일수록 근로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경기 침체가 아니라 번영을 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 적극 도입되며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출생률 1%P 낮을때 성장률 27% 높아

아제모을루 교수 등 4명의 경제학자는 최근 미국경제연구소(NBER)에 ‘출생률 급락과 성장 호황’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세계 107개 국가를 대상으로 1950~2020년 각종 경제 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미국도 722개 생활권으로 나눠 출생률과 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950년을 기준으로 출생률이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를 비교했다. 1950년생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1970년 이후의 경제 성과도 서로 대조했다.

"출생률 낮은 국가일수록, 1인당 GDP 더 늘었다"

그 결과 출생률이 평균 대비 1%포인트 낮은 국가는 1970~2020년 근로연령(20~70세) 성인 1인당 GDP 증가율이 26.8% 높았다. 한국과 일본처럼 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서는 1인당 GDP 증가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출생률이 높은 미국과 멕시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그 반대였다.

반면 국가 전체의 GDP 증가율은 출생률의 높고 낮음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인구가 다른 나라보다 적다고 해서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와 내수시장 형성에서 손해를 본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이 증가하고 소득도 늘어나면서 적은 노동인구에도 전체 GDP를 지탱했다.

특히 낮은 출생률에 따른 경제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률이 평균보다 1%포인트 낮을 때 20년 뒤 1인당 GDP 증가율은 평균 대비 약 25%, 40년 뒤에는 약 34% 높았다.

미국 생활권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출생률이 낮은 지역일수록 이후 평균임금 상승 폭이 높게 나타났다. 지역 전체의 임금 총액에서는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적은 노동력이 자동화 이끌어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력이 생산 효율 향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출생률이 1%포인트 낮은 국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특허 비중은 20~30년 뒤 약 10%포인트 높아졌다. 공장 자동화 관련 특허도 10년간 뚜렷하게 늘었다.

이는 눈에 띄는 생산성 향상을 이끌었다. 출생률이 1%포인트 낮은 국가는 30년 뒤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평균 대비 약 16% 높았다. 노동력 감소 충격을 완전히 상쇄하는 데 필요한 10% 수준의 생산성 개선폭을 웃도는 수준이다.

노동력이 적은 지역일수록 많은 근로자가 연구개발(R&D) 집약 산업으로 몰리는 트렌드도 나타났다. 미국에서 출생률이 1%포인트 낮은 지역은 시간이 지나며 R&D 집약 산업 고용 비중이 3~4%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노동 집약 산업의 고용 비중은 2~3%포인트 하락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노동 집약형에서 고부가가치형으로 산업을 전환할 유인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연령층의 노동시장 유입이 극적으로 줄어들 때 경제 효과는 더욱 큰 것으로 조사됐다. 2차 세계대전 피해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민간인 사망자 비율이 평균 대비 1%포인트 높으면서 전체 인구 규모가 감소한 국가는 50년 뒤 1인당 GDP 증가율이 약 3.5% 낮았다. 반면 군인 사망자 비율이 1%포인트 높아 젊은 층 인구가 집중적으로 감소한 국가는 9.5% 높았다. 보고서는 “젊은 노동력의 희소성이 적극적인 생산 기술 향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 같은 연구가 전례 없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앞둔 한국과 중국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저출생이 곧 저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대수명 증가 효과와 맞물려 장기 침체에 대한 세계적인 우려를 진정시킬 만한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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