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임신) 된 계절이 그 사람의 대사 건강과 체지방 저장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추운 계절에 수정된 사람은 더운 시기에 수정된 사람보다 갈색지방조직(brown adipose tissue) 활동이 더욱 활발해 에너지 소비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시기는 상관이 없었다. 엄마가 임신을 한 계절만 변수가 됐다.
우리 몸에는 단순히 지방을 저장하는 백색지방조직과 달리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갈색지방조직이 소량 존재한다. 갈색지방조직은 추운 환경에서 에너지를 연소해 체온을 유지하며 혈당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너지 소비 기관이다.
갈색지방조직의 활성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비만, 당뇨병,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낮다는 연구 사례가 있다.연구 결과 추운 계절에 수정된 이들은 갈색지방조직 활성화 정도가 높아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고, 체질량지수(BMI)가 낮으며 내장지방 축적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반적으로 더 나은 대사 건강을 의미한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들은 갈색지방조직 활동이 부족해 열 생성(thermogenesis)으로 소모하는 칼로리가 적은 경우가 많다.
의학 저널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8일(한국시각) 발표한 이번 연구는 일본 도호쿠 대학교가 주도하고 도쿄 대학교, 홋카이도 대학교, 도쿄 의과대학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18~29세의 건강한 젊은 남성 356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여성과 다양한 연령대(20~78세)의 참가자 286명을 새롭게 모집해 두 번째 연구를 수행했다. 이번에도 추운 계절 임신과 갈색지방조직 활성화 사이에 상당히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 했다. BMI, 내장지방 부피, 허리둘레 감소와 연결됐다.갈색지방조직 활성은 1월 1일~4월 15일과 10월 17일~12월 31일 사이에 북반구에서 수정된 사람들에게서 현저히 더 높았다. 반면 따뜻한 기간인 4월 16일~10월 16일 사이 수정된 이들은 갈색지방조직 활성이 낮았다.
수치적으로 보면, 추운 계절에 수정된 사람들은 갈색지방조직 활성화 가능성이 3.2% 더 높았다. 반면 더운 계절에 수정된 이들은 활성 갈색지방조직 활성이 부족할 확률이 더 컸다.
BMI 자체는 수정된 계절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으나, 갈색지방조직 활동이 다른 대사적 결과를 주도한 결과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태어난 날 즉, 생일과 대사 건강 사이에는 의미 있는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추운 날씨가 남성 정자나 여성 난자의 유전적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두 생식 세포가 만나 수정될 때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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