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계좌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원하는 금액만큼 자동으로 적립식으로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매수 시기에 대한 걱정 없이 투자 경험이 적은 초보자도 쉽게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달부터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적립식으로 자동 매수하는 서비스인 ‘퇴직연금 ETF 모으기’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8월 증권사 최초로 ETF 적립식 자동 매수를 퇴직연금 계좌로 확대한 데 이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잇달아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올 하반기에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ETF 적립식 자동 매수는 가입자가 지정한 ETF를 정기 매수해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일반계좌 등에서만 가능했는데 최근 퇴직연금 계좌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ETF를 선택한 후 특정일과 원하는 금액, 수량 등을 설정하면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서 ETF를 꾸준히 매수할 수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방치하기보다 적극 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비스 도입 요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면 시장 상황에 대한 고민 없이 오랜 기간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다. 연금 투자의 핵심은 장기 투자다.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을 활용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투자의 종착점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장기 우상향하는 종목이나 상품에 투자해도 하락장이 오기 마련이다. 만약 계좌에 ‘-30%’ 파란불이 들어온다면 팔지 않고 견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개별 종목보다 변동성이 낮은 시장 대표지수에 ETF로 투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표지수인 나스닥100지수는 2008년 초 대비 지난해 말까지 약 11배 뛰었다. 하지만 그 사이엔 엄청난 등락이 있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엔 최고점 대비 주가하락률(MDD)이 49.4%에 달했다. 이후로도 코로나19, 금리 인상에 따른 조정으로 인해 MDD가 20~30%에 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과정을 모두 버텨야 비로소 고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가 자산 배분 도구라면 적립식 투자는 투자 시기를 배분하는 방법”이라며 “적립식 투자를 하면 하락장이 와도 계좌의 전체 하락폭은 커지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투자를 이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