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작가 박상영의 일탈? “투타겸업 작가 되고 싶어”

9 hours ago 2

한국재벌사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출간

16일 박상영 소설가는 “여러분의 기대와 배신감을 동시에 먹고, 매번 다른 길을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기대를 충족시키되 ‘이런 걸 썼어?’ 하는 배신감도 드리고 싶어요. 의외성이랄까요? 근데 제목으론 ‘배신감’이 더 좋네요(웃음).”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6일 박상영 소설가는 “여러분의 기대와 배신감을 동시에 먹고, 매번 다른 길을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기대를 충족시키되 ‘이런 걸 썼어?’ 하는 배신감도 드리고 싶어요. 의외성이랄까요? 근데 제목으론 ‘배신감’이 더 좋네요(웃음).”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저 이제 투타 겸업 가능합니다.”

신간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래빗홀)를 펴낸 소설가 박상영(38)은 자신을 야구 선수에 빗댔다. 동시대 청춘과 사랑을 그리는 ‘투수’에 머물지 않고, 한국 재벌사를 배경으로 미스터리 스릴러까지 쓸 수 있는 ‘타자’가 됐다는 의미에서다.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이제 전혀 모르는 세계도 갔다 올 수 있는 작가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간 작가는 자신의 삶과 주변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소설가로 통했다. 연애도, 친구도, 서울 생활도 이야기의 재료가 됐다.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대도시의 사랑법’엔 연애 경험과 일상이,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엔 10대 시절의 기억이 짙게 녹아 있다.

“주로 현대 도시인의 사랑이나 퀴어 이야기를 써왔죠. 그래서 그게 제 ‘원툴’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 수식어는 감사하지만, 반대로 저를 가두는 면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정반대로 갔다.

“‘대한민국에서 나랑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을 찾자’고 생각했어요. 이름을 가리고 읽으면 이게 박상영 소설인지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찾아낸 신간의 주인공은 1950년대생 재벌가 여성. 한국 현대 경제사를 관통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 만큼, 실제 재벌사를 다룬 논문과 책을 100권 가까이 읽었다. 기업인과 스타트업 관계자, 벤처캐피털(VC) 투자자 등도 직접 만나 취재했다. “문화재단 행사나 기업 강연에 초청받으면 몇 안 되는 MBTI(성격유형검사) E(외향형) 작가의 장점을 살렸죠. ‘저 재벌 소설 쓰는데 명함 하나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먼저 말을 걸었어요.”

재벌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흔하지만, 문학에선 좀처럼 다루지 않는 소재다. 박 작가는 그 점을 오히려 매력적으로 봤다.

“재벌은 너무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소재잖아요. 문학에서 쓰면 작품의 품격이 떨어질 거라는 암묵적인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런데 오히려 블루오션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나는 좀 다르게 써보겠다. 천박하지 않게,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려보겠다’는 도전 의식이 있었죠. 문학 하는 사람이 재벌 얘기를 쓰면 안 되나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그는 재벌가의 화려함보다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었다. 작품의 한 부 전체를 편지 형식으로 구성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면서 범죄에 대한 고백이고, 동시에 누군가를 향한 연서가 되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런 시도는 문학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번 소설을 마친 뒤 박 작가는 자신감이 한층 커졌다고 한다. 다음 달부터 창비 웹매거진에서 ‘대도시의 사랑법’ 속 재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여름 복숭아 파티’를 연재한다. 그다음 작품은 무당이 나오는 오컬트 소설이다.

“이 작품을 끝내고 나니까 못 쓸 게 뭐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면 되죠. 무당 다 오라 그래(웃음).”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