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 중국발(發) 미세먼지 공습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공장 밀집 지역인 중국 베이징 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보다 남동풍과 북풍의 영향이 커지는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아주대 대기환경연구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평균 18.5㎍/㎥로 전년 동기(21㎍/㎥) 대비 11.9% 옅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은 34.3㎍/㎥로 지난해 같은 기간(31.3㎍/㎥)보다 9.5% 짙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3월에도 한·중 대기질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 미세먼지가 지난해보다 17.7% 늘어날 때 중국은 5.6% 줄어들었다.
‘오늘 베이징 하늘은 내일 서울 하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은 국내 대기질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중국이 2020년 코로나19로 봉쇄 정책을 펼치자 국내 미세먼지가 25%가량 급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6년 공동 수행한 한·미 대기질 합동연구에서는 서울 초미세먼지의 34%가 중국발로 분류됐다. 북한, 일본 등에서 온 미세먼지는 14%에 불과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은 봄철 60%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실시하는 데다 봄철 이상기후가 겹쳐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추세로 뒤바뀌고 있다. 통상적으로 봄철에 계절풍인 편서풍 영향을 받아 베이징, 허베이 등 중국 공장 지대에서 미세먼지가 불어와 국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다. 다만 최근에는 국내 대기가 편서풍뿐만 아니라 북풍, 남동풍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지난달 늦은 추위와 이른 더위는 대표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꼽힌다. 지난달 13~15일 북쪽인 바이칼호 서쪽과 오호츠크해 부근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늦은 봄추위가 이어졌고 17~19일엔 습한 남풍 계열의 바람이 유입돼 이른 여름 날씨가 이어졌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이상기후로 강풍도 잦아져 미세먼지 희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세먼지가 확연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긴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하얼빈 등 동북 3성이 중국 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적 이유로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공장 지대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중국발 오존은 새로운 대기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오존주의보 발령 건수는 655건으로 전년 대비 89.3% 증가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