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LH단지 91%, 설계보다 철근 과다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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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금액, 단지별로 최대 85억 많아
“남은 철근 어디 갔는지 파악도 못해”

지난해 철근 누락이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단지 23곳 중 21곳에서 당초 설계보다 철근이 과다 주문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대비 최대 20% 가까이 철근을 초과 주문했는데, 막상 하중을 버티는 데 중요한 전단보강근은 누락한 것이다. LH 전관이 재취업한 업체가 최근 2년간 매입임대 주택 위탁관리 용역의 80%를 수주했다는 전관 특혜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10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난 LH 23개 단지 가운데 21곳에서 설계량보다 철근을 더 많이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철근 주문 금액은 설계 때 산정한 금액보다 단지별로 최소 4억 원에서 최대 85억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평택시 소사벌 A-7블록은 철근을 설계량 1809t보다 353t(19.5%) 많은 2162t을 주문했다. 자재비가 12억 원 더 늘었다. 경기 오산시 세교 2A-6블록은 철근 주문·시공량(4159t)이 설계량(3945t)보다 5.4%(214t) 많았다. 철근 주문 금액은 설계 때보다 24억 원 증가한 43억 원이었다.

김 의원은 “철근 누락 아파트에 당초 설계보다 더 많은 철근이 반입됐음에도 대체 그 많은 철근이 어디로 간 것인지 발주청인 LH는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H 측은 과다 발주한 철근은 시공 과정에서 모두 사용했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지적에 대해 조사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시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상보다 많은 철근을 주문하고도 안전에서 중요한 전단보강근은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누락했다는 점이다. 전단보강근은 길이 45cm, 무게 0.5kg 정도의 짧고 가는 철근으로, 보 없이 기둥이 콘크리트 천장을 떠받치는 무량판 구조에서 하중을 견디는 데 필수적이다.

LH 전관 특혜 문제가 기존에 밝혀진 설계 감리 등 분야 외에 매입임대에서도 발생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2∼2024년 LH 출신 임직원이 재취업한 업체 2곳에서 LH가 발주한 매입임대 위탁관리용역 54건 중 42건(77.8%)을 수주했다. 2개 업체는 각각 LH 2급 이상 퇴직자 1명 등 총 4명의 전관이, 다른 업체는 2급 이상 3명을 비롯해 8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 중 한 곳에는 매입임대 사업을 주관하는 주거복지본부장을 거쳐 1급 본부장으로 퇴직한 전관도 있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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