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동남쪽 태평양상에 클라리온과 클리퍼톤이란 두 단열대 층이 있다. 이 일대를 아우르는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CZ)은 동서 7240㎞ 길이에, 면적은 450만㎢ 규모다. 이 해역 밑바닥이 해저 광물 보고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저 진흙 평원에는 ‘바닷속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망간단괴의 거대한 밭이 있다. 망간단괴는 지름 5~10㎝의 감자처럼 생긴 암석으로, 해저 화학 작용으로 침전된 금속산화물이다. 성장 속도가 1000년에 0.01~1㎜ 정도이니, 현재 크기가 되는 데만도 수천만 년이 걸렸다. 여러 종의 금속 성분을 포함한 다금속단괴이나 망간을 가장 많이 함유해 망간단괴로 불린다. 망간(Mn) 외에 구리(Cu), 니켈(Ni), 코발트(Co) 등 요즘 몸값이 높은 광물이 다량 포함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쓰이는 중요한 금속 자원들이다.
CCZ에는 211억t의 망간단괴가 분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망간 75억t, 니켈 3억4000만t, 구리 2억7500만t, 코발트 7800만t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육상 매장량과 비교하면 니켈은 3배, 망간은 5배, 코발트는 9배나 더 많이 바다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공해상의 탐사 및 개발에 대한 승인 권한은 국제해사기구(ISA)가 갖고 있다. ISA는 해양 생태계 보호 등을 이유로 아직 상업적 채굴을 승인한 적은 없다. 올 7월께 관련 규칙이 마련될 예정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망간단괴를 국가전략물자로 비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망간단괴 심해 채굴 기술과 채굴권 확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조치다. 중국은 올여름 8800t 규모의 망간단괴 시험 채굴에 나선다. 배에 전용장치를 매달아 5000m 이상의 심해 25만㎡ 면적에서 망간단괴를 끌어모으는 작업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미·중 간 격돌은 통상 전쟁에서 자원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다행히 우리는 CCZ 해역에 7만5000㎢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다. 해저 자원 전쟁에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