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매킬로이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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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4 17:53 수정2025.04.14 17:53 지면A31

[천자칼럼] 매킬로이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로리 매킬로이는 연장 첫 홀 짧은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오거스타의 18번 홀 그린에 엎드려 한참 오열했다. 17번째 도전 끝에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했다는 기쁨보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는 안도감이 더 커 보였다.

어쩌면 매킬로이는 14년 전 그린재킷을 입을 수도 있었다. 21세에 참가한 2011년 대회에서 4타 앞선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후반 9개 홀에서 7타를 잃으며 우승을 놓쳤다. 그해 매킬로이는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2년 PGA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으니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도 11년을 앞당길 수 있었던 순간이다.

우상인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골프 황제’가 되기 위해선 그린재킷이 절실했지만, 오거스타의 신은 그에게 인내를 요구했고, 어제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인내는 최상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한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고, 네 살 때 칩샷으로 세탁기에 공을 집어넣으며 놀았다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골프 신동도 30대 중반이 돼서야 진 사라젠,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우즈를 잇는 여섯 번째 그랜드슬래머에 등극했다.

‘골프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매혹적인 스윙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매킬로이지만 승부에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29번이나 투어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들을 소리는 아니지만, 그만큼 그의 재능에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매킬로이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니클라우스도 가끔 엉뚱한 실수가 나오는 걸 약점으로 지적했다. 그렇지만 항상 완벽하지 않았기에 많은 팬의 성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기계처럼 완벽한 스윙을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14년 전의 일요일로 돌아간다면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겠냐는 질문이 나왔다. “고통스러운 패배를 겪더라도 자신을 믿어라. 자신의 꿈을 믿고 노력하면 무엇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 인생 최고의 날에 최고의 답을 내놨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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