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코스 설계가 전문 영역으로 인식된 것은 19세기부터다. 18개 홀과 벙커 배치 등 현대 골프의 표준을 정립해 ‘골프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마스 미첼 모리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모리스는 세계 최고(最古)의 대회 ‘디오픈’이 열리는 뮤어필드, 로열 포트러시 등 총 75개의 골프 코스를 설계했다. 그가 1894년 코스 설계를 맡으며 받은 대가가 일당 1파운드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영국 노동자 월급이 5~10파운드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료 봉사나 다름 없었다.
골프가 산업화한 1970년대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코스 설계가 골프장 매출을 좌우하는 사례가 늘면서 설계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골프 선수 출신 잭 니클라우스는 45개국 423개 코스를 설계하며 코스당 100만~500만달러(약 14억~71억원)를 받았다. 선수 시절 상금(3200만달러)보다 골프장 설계로 벌어들인 돈이 훨씬 더 많다.
스크린골프 대중화는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실제 코스를 디지털로 구현해 수익을 내는 만큼, 설계자에게도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른 뒤 작곡가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크린골프 시장이 큰 한국에선 이런 논의가 현실로 이어졌다. 대법원이 어제 골프존을 상대로 코스 설계회사 두 곳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심 패소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골프 코스는 구성요소를 선택·배치·조합해 창조적 개성을 발휘하는 분야로,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스크린골프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타이거 우즈·로리 매킬로이 등이 주도하는 미국 ‘TGL’ 리그처럼 가상 코스 개발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작권 인정 논쟁은 골프장 코스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패션 디자인과 요리 레시피, 오프라인 매장 레이아웃 등을 놓고도 창작자의 권리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해달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의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 관심 거리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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