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제작
낯선 세로 화면에도 관객 큰 호응
영화산업 위기 속 창작 시장 넓혀
“숏폼-유튜브 모두 이야기의 형태”
이 감독의 첫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이 4일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공개됐다. 영화관 스크린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세로 화면은 낯설었지만, “극장판을 달라”는 관객 요청이 나올 정도로 호응이 컸다.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무대 뒤편에서 만난 이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적 포만감을 느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상반기에 키다리스튜디오로부터 숏드라마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엔 고사했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에 뛰어들었다가 미숙함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 영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위험한 선택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러한 결정이 “용감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후배들이 맘에 걸렸어요. 영화 생태계가 쇠퇴하는 와중에 젊은 친구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출구가 무엇일까, 당장은 숏폼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가 후배들을 많이 독려해 왔는데, 스튜디오 쪽에서 ‘왜 감독님 본인은 뛰어들지 않으시냐’고 하더라고요.”
이 감독은 “모두가 자극적으로 가는 게 능사일까? 그럴 바엔 내가 뛰어들 이유가 없다”며 “요즘 트렌드를 흉내 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기존 매체에서 활약해 온 배우이면서도 숏드라마에 출연해준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 감독의 이번 도전은 그가 경험한 영화 산업의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숏드라마 제안을 받을 당시, 이 감독은 허균을 다룬 영화 ‘교산’의 투자가 무산돼 제작을 중단한 상태였다. 다시 장편 ‘나는 반딧불이’를 준비 중이지만, 그는 “장편영화 시장은 점점 더 붕괴되어 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감독은 여전히 장편에 도전하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넸다.“시장 구조가 변화하는 시기엔 창작자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 방식이 숏폼이면 어떻고, 유튜브면 어떻고, 인공지능(AI)이면 어떻습니까. 결국 이야기 산업의 다른 형태일 뿐인데요. 창작자에겐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부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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