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재판’ 강조해 온 조 대법원장 반년 넘게 제청 지연은 이해 어려워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보편적-독단적-배타적 권리 아니다 천광암 논설주간 프리무스 인테르 파레스(primus inter pares). ‘동등한 자들 중의 첫 번째’라는 뜻의 라틴어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대법원장의 권한이나 지위를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말이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상하관계가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판결을 놓고 표결을 할 때 대법원장도 나머지 대법관들과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도록 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일 것이다. ‘프리무스 인테르 파레스’는 세계 여러 나라의 대법관 인사에도 배어 있는 원칙이다. 한국처럼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제청권을 갖고 ‘동료 대법관’ 임명에 간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대법관은 상원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입법부가 선출한다. 일본의 최고재판소 판사는 내각의 결정으로 임명한다. 영국의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를 내각에 추천하기 위한 선출위원회에 참여하지만, 5명의 위원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법관 임명 지연 사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일 것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퇴임에 앞서 후임 후보자 4명을 추천한 것이 1월 21일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후 6개월이 넘도록 최종후보자를 제청하지 않고 있다. 이제껏 한 번도 없던 일이다. 1∼3주 안에 제청이 이뤄졌던 것이 지금까지의 통례였다. 그러는 사이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이 코앞(9월 7일)으로 다가왔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이달 후보 4명을 추천했지만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제청마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대법관 2인 공석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이흥구·이숙연·오석준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3부는 후임자 없이 이흥구 대법관이 퇴임하면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심리를 할 수 없게 된다. 대법원의 고질적인 사건 적체와 재판 지연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권리가 아니다. 우리 헌법에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 동의권이나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이기도 하...
[천광암 칼럼]전무후무한 대법관 6개월 제청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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