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퓰리처상 수상 기자의 ‘동사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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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힘/사라 카우프먼 지음·박혜원 옮김/308쪽·1만8800원·서스테인 “그래서 우리는 물살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리면서도 계속 나아간다(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다.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는 소설의 주제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동사’를 절묘하게 썼다. 피츠제럴드는 결코 닿지 못할 꿈을 향한 애틋함과 음울함, 비통함을 물살을 거스르는 배에 빗대며 ‘밀리면서도(borne back)’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좌절하면서도 멈추지 않는 의지를 묘사하기 위해 ‘나아간다(beat on)’를 썼다. 두 표현에서 반복되는 ‘b’ 발음은 소리 내 읽을 때 쿵쿵 울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서 27년간 일하고 2010년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한 저널리스트가 글쓰기에서 동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풀어놓은 교양서다. 저자가 동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건 무용 담당 기자로 활동하면서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움직임을 언어로 붙잡기 위해 동사에 천착했다. 발레리노와 탭댄서의 춤을 표현하며 ‘솟구치다’ ‘튕기다’ 같은 역동적인 동사 활용법에 눈떴다. 저자에 따르면 명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사물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새롭게 쓰기 어렵다. 형용사는 남발하면 장황한 글이 된다. 이에 비해 동사는 감각을 자극하고 글을 더 생생하게 만든다. 저자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동사의 특징을 맘껏 이용하라. 상상을 자극하는 놀라운 동사는 일상적인 행동을 별처럼 빛나게 바꾼다”고 강조한다. 동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진실이 은폐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흥미롭다. 1970년대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실수했다” 대신 “실수가 벌어졌다”고 발언했다.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숨기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주요 사례가 영어 문장에서 나와 한국어 독자에겐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문학과 기사, 광고 문구, 이메일 등 사례가 풍부해 실용적인 작법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청계천 옆 사진관 사설 오늘의 운세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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