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전통-현대 사이, 근대 건축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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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근대 건축/박고은 지음/300쪽·2만 원·에이치비프레스


서울 도심의 건축물을 유심히 관찰하면 ‘중간 과정’이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건축물은 대부분 유리와 콘크리트로 1950년대 이후 스타일을 따르고 있고, 전통 건축물은 조선시대 문화유산이다. 이렇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에서 삭제된 건 바로 ‘근대’ 건축물이다. 이런 서울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가 사라진 건축물을 비롯해 서울 근대 건축물에 관한 사진과 기록을 모았다.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1960, 70년대 군사정부 시기까지 건축물에 얽힌 어두운 역사를 시간 순서로 다룬다. 1장 ‘지워진 건축, 일제 식민시대’는 일제강점기 광화문을 밀어내고 들어선 조선총독부부터 남산 조선 신궁, 일본인이 세워 운영한 반도호텔 등에 얽힌 이야기와 사진 자료를 소개한다.

2장 ‘파괴된 건축, 한국전쟁과 서울 요새화 계획’은 전쟁으로 파괴된 도심의 모습과 전쟁 이후 요새화 계획으로 만들어진 남산터널, 을지로 지하보도, 남산타워, 북악스카이웨이의 사연을 다룬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시설들이 사실은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장 ‘숨겨진 건축’은 군사정권기에 이뤄진 도시 개발과 세운상가 건축, 폭력으로 얼룩진 중앙정보부를 다룬다. 남산에 있던 중앙정보부 건물 대부분은 어두운 역사를 숨기려는 듯 황급히 철거됐다. 책에는 근대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서울 도심 몇 곳의 지도도 함께 수록됐다. 숨겨진 역사의 길을 거닐며 아프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진 건축물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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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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