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꾸만 듣고 싶은 그 곡, 이유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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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틀로 취향 형성 과정 분석
끌리는 음악의 비밀 쉽게 풀어내
◇당신의 음악 취향은/수전 로저스, 오기 오가스 지음·장호연 옮김/404쪽·2만2000원·에포크



‘방금 나온 그 노래 뭐지?’

귓가를 강렬하게 때리는 ‘끌리는 노래’의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리듬에 몸부터 반응하고, 다른 누군가는 멜로디를 따라 흥얼댄다. 유독 가사를 곱씹으며 경탄하는 이도 있고, 보컬 한 명의 목소리에 평생 푹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좋은 노래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이유는 뭘까. 그리고 우리의 개인적인 음악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신간은 끌리는 노래들의 비밀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낸 책이다. 저자 수전 로저스는 전설적인 팝 가수 프린스의 앨범 ‘퍼플 레인’의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했고, 현재는 미국 버클리음대 심리음향학과 교수다. 프린스로부터 ‘듣는 능력’을 인정받아 음악 산업에 뛰어든 뒤 평생 음악 프로듀싱, 녹음, 소리 연구에 천착했다. 공저자는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개인의 청취 경험을 분석할 수 있는 틀로 7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을 ‘미적 차원’으로,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을 ‘음악적 차원’으로 각각 분류한다. 막연히 좋다고 생각한 노래들을 각 항목에 맞게 떠올려 보면 독자들 각자가 어떤 음악 취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항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각 항목에 따라 저자가 정리한 플레이리스트를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음계의 조화를 설명하는 화성학, 가사에 반응하는 신경과학, 멜로디가 달팽이관을 타고 흐를 때 발생하는 생물학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다소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음반 프로듀서로 업계에서 일하며 겪은 내부자들의 이야기와 고민, 에피소드, 장르별 감상법 등이 적절히 담겨 있어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미국 음악 시장이나 2000년대 이전 미국 가요에 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하다면 조금 더 쉽게 읽힐 듯하다. 음악과 음악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가이드로도 손색이 없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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