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최전선/패트릭 크래머 지음·강영옥 옮김/412쪽·2만5000원·21세기북스
이 책은 저자가 막스플랑크협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1년 동안 세계 연구소 84곳을 직접 방문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100여 개국에서 온 연구자 2만4000여 명이 이끄는 현장의 열정을 생생히 담아낸 덕분에 단순한 연구소 방문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천문학과 기후 연구, 생물의학, 인공지능 등 폭넓은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르포에 가깝다. 특히 어려운 이론적 설명은 최소화하고, 대중이 흥미를 느낄 만한 실생활과 연결된 주제를 다양하게 다뤘다는 게 장점이다.
책에는 지구 온난화 연구로 잘 알려진 클라우스 하셀만의 사례도 소개된다. 함부르크에 있는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의 하셀만은 1993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온실가스이며, 그 증가의 책임 95%가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인과관계는 2015년 파리협약이 제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는 이 공로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대체 에너지가 기후 재앙을 막을 가능성’, ‘고령화 사회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 등 현대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과학이 던지는 통찰이 이 책엔 촘촘히 묻어난다. 저자가 직접 만난 생존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대화가 수록돼 현장감도 더한다. 다만 저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막스플랑크협회의 연구가 중심이 되는 구성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른 기관의 연구까지 종합적으로 다뤄지길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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