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운동장을 기울이는 큰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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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 월드컵 美 선수 출전정지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검토 요청 거대 자본-국가권력의 결탁에 이용 기업은 축구로 부정적 이미지 세탁 ◇스포츠워싱,축구를 집어삼킨 자본과 국가들/미겔 딜레이니 지음·박태인 정효웅 옮김/688쪽·3만5000원·한스미디어 챗GPT 전쟁 중인 이란 대표팀 입국 거부, 스페인-아르헨티나 결승전에서 엉뚱하게 등장한 미국 국가 제창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우리에겐 홍명보호 졸전이 가장 어이없었겠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은 아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개입을 보며 기가 막혔을 것 같다. 그는 미 주전 스트라이커인 폴러린 벌로건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32강)에서퇴장당해 16강 벨기에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전화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FIFA는 벨기에전 전날 벌로건의 출전 정지 처분의 집행을 1년 유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숨기지도 않고 당당하게 재검토 요청 사실을 인정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수석 축구 기자이자 오랜 세월 축구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가 축구를 움직이는 돈과 권력, 정치의 구조를 낱낱이 파헤쳤다. 너무 생생해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는 내내 화면 뒤에서 축구를 조종하는 정치인, 재벌, 축구인들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마침 우리나라도 대한축구협회의 추악한 실태가 드러난 지 얼마 안 된 터라 남의 일 같지 않다. “걸프 지역에서 스포츠워싱 전략이 폭발적으로 가속화된 데는 몇 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다. 핵심은 역시 규모였다. 첫 번째 요인은 화석연료 경제에서 비롯된 막대한 부였다. 두 번째는 통치자들이 행사하는 절대적인 권력의 크기였다.… 이 국가들이 일단 축구의 힘을 깨달은 이상, 지역 내 경쟁 구도와 정치가 이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필연적이었다.”(제2장 ‘스포츠워싱이란 무엇인가?’에서) 스포츠(sports)와 백인주의 이미지 세탁을 뜻하는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의 합성어인 ‘스포츠워싱’은 국가나 기업이 스포츠의 영향력과 대중성을 이용해 부정적인 면을 감추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적 행위를 뜻한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스포츠워싱이 단순한 이미지 세탁 차원을 넘어, 국가·자본·외교·국제기구와 글로벌 미디어가 상호 작용하며 권력 지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됐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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