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묵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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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의 여정/류이치 사카모토 지음·황국영 옮김/296쪽·2만3000원·프란츠

일본의 세계적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가 음악학자들과 함께 피아노에 대해 탐구하고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부는 사카모토가 피아노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어떤 피아노곡들과 함께 성장했는지, 피아노는 어떤 악기인지 등에 관해 음악학자 이토 노부히로와 나눈 대담이 실렸다. 음악에 대한 사카모토의 철학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음악의 본질은 결국 상(喪)의 음악이 아닐까 싶어요. 상실한 것을 노래한다고 할까요. 그건 시의 본질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고요.”(사카모토)

“애도한다는 거군요.”(이토)

“예컨대,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한다는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그리워하며 노래한다든지 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본질 아닐까요. 그 그리움 안에는 시간에 대한 저항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건물을 세우고, 영원성을 추구하죠. 음악 가운데 상실한 것을 인정하며 노래하는 경우가 있지만 동시에 영속성 또한 추구합니다. 요즘 들어 그런 갈망도 담겨 있는 거구나, 하고 느껴요.”(사카모토)

2부에선 이기리오 신야, 이토 등 음악학자 2명과 함께 국립음악대학을 방문해 피아노의 전신에 해당하는 악기를 살피고 피아노 탄생의 역사를 되짚었다. 사카모토는 “인간이 지구상에 전파되어 퍼져나가면 문화도 함께 따라 퍼지잖아요. (…) 악기 역시 인간과 함께 여정을 떠나 매우 장대한 시간과 공간을 오갔으리라는 상상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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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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