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보이는 것 ‘너머’ 세상을 말하기

1 week ago 6

◇음악과 생명/사카모토 류이치,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황국영 옮김/212쪽·1만8000원·은행나무출판사


사람의 눈은 파장이 380∼750nm(나노미터)인 가시광선(可視光線) 영역만 인식할 수 있다. 이 파장 밖을 사람은 볼 수 없지만 다른 생물, 예를 들어 벌과 같은 곤충은 자외선을 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적외선을 볼 수 있다면, 사람은 야간 투시경으로 보는 것처럼 붉은 열기의 덩어리로 보일 것이다. 그러면 사람의 진짜 피부색은 뭘까? 지금 눈에 보이는 색이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인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와 생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후쿠오카 신이치(福岡伸一)가 보이는 것 ‘너머’의 세상을 이야기한 것이다. 저자들은 인간이 우주를 인식하는 방식을 별과 별자리에 비유한다. 서로 몇천, 몇억 광년 떨어진 별을 자의적으로 연결해 별자리를 그리고, 이렇게 인간에게 유의미한 ‘시그널’만 추출해 자연을 이해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공기의 진동을 통해 전파되는 ‘소리’는 지구라는 행성 전체에 늘 존재하는데, 우리는 별자리처럼 그중 8음계 또는 12음계만 따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 보면 사카모토의 음악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얼핏 음악에 관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그 경계를 넘어 인생과 세상에 관해 말하는 철학에세이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따로 음악을 틀지 않아도 읽는 내내 사카모토의 음악이 들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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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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