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번영과 타락의 역사… 금이 가진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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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 역사/앨런 에레이라 지음·임경은 옮김/856쪽·4만8000원·arte 2014년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는 “금(金)의 악한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Don’t underestimate the evil of gold)”는 대사가 나온다. 금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타락시키고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풍자한 것. 동서고금을 넘어 인류 역사에서 금이 부와 욕망, 인간의 탐욕을 대변하는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금의 역사는 곧 번영의 역사인 동시에 타락과 갈등의 역사인 것도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인간은 왜 그렇게 목숨까지 걸며 저 ‘반짝이는 돌’을 좋아하는 걸까. 영국 역사 저술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저자가 기원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시각으로 7000여 년에 걸친 금의 역사를 조명했다. 단순히 인간의 소유물인 금의 시대적 변천사를 서술한 게 아니라, 이 책의 원제(GOLD: How it Shaped History)처럼 ‘금이 인류에게 무엇을 해왔고, 또 어디로 몰고 가는가’를 진지하게 묻는다. “연금술은 한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자신의 포도 농장 어딘가에 금을 묻어 놨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들들은 땅을 파고도 금을 찾지 못했지만, 포도나무 뿌리 주변의 땅을 갈아엎어 포도 풍작을 맞이했다. 이처럼 금을 만들기 위한 숱한 탐색과 노력 끝에 많은 유용한 발명품과 유익한 실험이 탄생했다.”(20장 ‘연금술’에서) 금을 인류 역사의 동력으로 보는 관점은 참신하지만, 7000년의 과정을 다루다 보니 상당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개별 시대나 사안에 대해서 좀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는 느낌. ‘금’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금을 둘러싼 전쟁, 학살, 물가 폭등 등은 금이 변한 게 아니라, 인간이 금에 부여한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면서 벌어진 일이니까. 그런 면에서 ‘금의 역사’는 그 찬란함을 얻기 위해 인간이 치러 온 대가의 역사가 아닐까. 부제 ‘필멸하는 인류, 불멸하는 욕망’.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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