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딸이 본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3 hours ago 3

◇우리 엄마는 화가다/이지선 지음/160쪽·1만7600원·책과바람 어린 딸은 미술을 싫어했다. 나이 마흔에 붓을 든 어머니를 미술에 빼앗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세일 때는 어머니 화실 벽 한 폭을 가득 채운 할머니 그림들에 겁먹고 울기까지 했다. 세월이 흘러 딸도 미술의 매력을 느끼고 미대에 진학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예술가의 길을 포기한다. 그래도 어머니는 꿋꿋이 그림을 그린다. 어느덧 ‘대가’로 불리게 된 어머니. 그래도 딸에겐 예술가이기 이전에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해 주는 엄마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윤석남 작가의 외동딸이 어머니에 대해 쓴 에세이다. 윤 작가가 천착한 주제는 여성, 그중에서도 ‘어머니’다. 6남매를 홀로 키운 저자의 외조모로부터 비롯된 모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룬다. 적극적으로 윤석남의 작품 세계를 해설하거나 비평한 책은 아니다. 그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사랑을 주고받은 모녀의 추억을 담담히 진술한다. ‘1세대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사뭇 진지한 수식어에 가려진 ‘엄마’ 윤석남을 조명한다. 그럼으로써 그의 작품들을 더 또렷해지고 친밀하게 바라보게 한다. 엄마 윤석남은 유쾌하고 정이 많다. 저자가 첫 생리를 겪고 혼란스러워할 때 오히려 파티를 해야 할 일이라며 축하한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딸을 위해 일기 쓰듯 편지를 쓰면서 딸에게 먹이고 싶은 음식을 함께 그려 보내는 면모도 보인다. 예술가로서의 호기심과 열정도 대단하다.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기 위해 2003년엔 전쟁 중인 이라크로 훌쩍 떠나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그린 그림은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담았다. 윤 작가의 그림과 설치작품 등 33점의 사진도 글과 나란히 담겼다. 그중 윤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도 눈에 띈다. 작가는 저자가 개를 키우는 모습에서 모성을 발견했다. 그러다 유기견 1025마리를 키우는 할머니의 소식을 접하고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개들을 기리는 1025개의 나뭇조각은 사진만 봐도 압도적인 스케일이 느껴진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




피플앤툴즈 네트워크
🛍 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