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경단' 첫 명명한 야데니 “달러 약세, 美 신뢰 잃고 있다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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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데니 리서치 대표, 에드 야데니 인터뷰
1983년 '채권자경단'이라는 용어 처음 사용
국채시장 발작이 트럼프의 관세 유예 주요 원인
'채권자경단'이 주도한 것으로 해석
관세 정책 강행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최근의 달러 약세는 미국 국채가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1983년 처음 ‘채권자경단’이라는 용어를 쓴 것으로 유명한 월가의 채권 구루인 에드 야데니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이처럼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9일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는 데는 ‘채권 자경단’의 역할이 컸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직후 국채값이 폭락(국채 금리 급등)하자 발효 13시간 만에 유예를 선언했다. 월가에선 ‘채권자경단이 돌아왔다’ ‘채권자경단의 홈런’ 등의 제목으로 보고서가 쏟아졌고 외신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월가의 대표 리서치 회사인 야데니 리서치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미국 국채 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흡수한 채권자경단의 힘도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세로 인해 하반기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가 한때 연 4.5% 수준까지 갔습니다. 채권 자경단이 돌아온 건가요.
“저는 연초부터 올해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가 연 4.25~4.75%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금리가 급등한 게 문제였죠. 관세 유예 발표 이후 국채 금리는 안정됐습니다. 채권자경단은 돌아왔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습니다.”

▶채권자경단의 정의를 어떻게 하시나요.
“채권을 보유한 모든 사람 입이다. 개인, 정부 모두 포함합니다. 최근 워런 버핏도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안전자산인 장기 국채 대신) 단기 국채에 투자했습니다. (장기 국채를 신뢰하지 않는) ‘채권자경단’의 행동이죠.”

▶채권자경단에 외국 정부도 포함될 경우, 일부 국가는 미국과 갈등이 생길 때 달러 자산 동결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거나 침공할 경우, 미국은 중국의 자산을 동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도할 유인이 있지만, 급히 팔면 손해를 보게 되므로 서서히 줄이는 중일 겁니다. 미국 국채는 아직 안전자산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달러 약세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유로화와 엔화로 자산을 옮기고 있습니다.”

▶이번 채권자경단의 특징이 있다면요?
“관세는 적어도 몇 달간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기 둔화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요?
“올해 하반기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체감할 수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고, 성장은 둔화하는 조합이죠. 관세는 세금이고, 세금은 경제를 둔화시킵니다. 단기적 물가 상승 이후에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채권시장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2024년 9월부터 지금까지 연 1%포인트나 인하했습니다. 그럼에도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로선 (정책이 원인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당혹스러운 일이죠.”

▶스콧 베센트 재무 장관이 기준금리보다 국채 금리 인하에 더 초점을 둔다고 한 것도 영향이 있었나요.
“물론입니다. 베센트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 등 참모들은 “우리는 월스트리트보다 메인스트리트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말이 안 됩니다. 미국인의 60%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퇴직연금이나 뮤추얼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도 상당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에 따른 일시적 고통을 감수하면 장기적인 이익이 온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국인은 고통을 잘 참지 못합니다.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경을 닫고, 물가를 낮추라고 표를 던진 것이지, 주가 하락과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관세 정책을 하라고 뽑은 게 아닙니다.”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채권 시장의 평가는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은 사실 기존 감세 조치의 연장에 불과합니다. 팁에 대한 세금 감면, 사회보장세 면제 등도 이야기되지만, 규모는 크지 않아요. 문제는 예산안이에요. 감세 연장을 포함한 예산안에서 지출 축소나 적자 감축이 신뢰성 있게 제시되지 않으면, 채권자경단은 분명히 반응할 겁니다.”

▶정부효율부(DOGE) 예산 감축 노력도 있습니다.
“예산 삭감에 대해 트럼프 측은 2조 달러 이야기를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1500억 달러 정도뿐입니다. 결국 채권자경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실질적이고 신뢰할 만한 계획이 없을 경우에도 다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관세 유예 조치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그나마 식힐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에 이미 관세가 부과됐고,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다행히 연기되었지만, 철강, 알루미늄, 중국산 제품(145%)에 대한 관세는 그대로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모두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 그러면 관세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강제하길 원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영구적인 관세를 필요로 합니다. 상호관세는 다른 나라가 관세를 낮추면 미국도 낮추겠다는 협상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트럼프 관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모호합니다.”

▶일자리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가락 하나 튕긴다고 갑자기 미국 전역에 공장이 생기고, 근로자들이 높은 임금을 받는 상황이 되지는 않습니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4.1%입니다. 이는 실직 상태에서 일자리를 기다리는 노동자가 많다는 뜻이라기보다, 오히려 서비스업이나 다른 분야에서 이미 꽤 좋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관세의 최종 목표가 다른 데 있다는 뜻인가요.
“생각엔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만 의미가 있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철강, 알루미늄, 구리, 희토류 같은 자원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믿을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분명히 안보적으로 중요한 일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그런 국가안보 문제 해결 수단으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방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 같은 동맹국 입장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예측이 너무 어렵습니다.
“기업이든 국가든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지고, 국의 동맹조차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죠. 결과적으로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무질서한 세계(new world disorder)’로 들어섰습니다. 정책 불확실성이 낳은 혼란은 세계 무역 둔화, 더 나아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나요.
“매우 낮다고 봅니다. Fed는 이번 (관세) 싸움에서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Fed는 손이 묶였습니다. 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패할 수 있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경기는 나빠집니다. 다만 그럴(동결할) 경우 책임은 정부에 돌릴 수 있는 구조죠.”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은 기업,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정면충돌보다는 협상을 택하라고 조언하겠습니다. 트럼프는 뉴욕 부동산 업계 출신 협상가입니다. 소리 지르고 밀어붙이다가, 나중엔 웃으며 악수하고 끝나는 스타일이죠. 문제는 그걸 대중 앞에서 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그 방식은 혼란만 키웁니다. 전통적인 외교 방식에 맞는 인물은 아닙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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