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짝퉁'이 겉을 꾸며도 명품 시계가 갖는 세밀한 무브먼트는 따라하기 힘듭니다. 명품 가방도 디테일한 마감을 진품과 대조하면 결국 티납니다. 18년 동안 감정하다보면 만져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죠."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에서 명품감정 부문을 총괄하는 선우혁 영업지원부문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가품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7년 구구스에서 명품 시계 감정을 시작한 선우 부문장은 업계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외국에서 제조한 명품 '짝퉁'들이 정교해지면서 국내에서 이를 판매하려는 유통업자들도 늘고 있다. 작년 한 해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적발한 온라인 명품 '짝퉁' 판매 건수는 22만5841건. 2020년 약 12만건에서 최근 매년 증가세다. 온라인 중고거래를 통해 명품을 구매했다가 가품임을 뒤늦게 알고 피해를 본 사례도 늘고 있다.
선우 부문장은 "지인에게 명품 선물을 받았다가 나중에 가품 판정을 받고 크게 분노해서 돌아가는 고객들도 가끔 있다"며 "하루에 한 건 정도는 감정센터에서 가품들이 나오곤 한다"고 했다.
선우 부문장은 "가품들은 외관 검사에서 70%는 걸러진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디자인보다 시계의 프린팅, 가방의 바느질 마감과 같은 부분을 들여다보면 진품과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시계 하나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들은 재질부터 차이가 난다. 금이나 세라믹, 티타늄 소재를 활용한 명품 시계와 달리 가품 시계들은 철,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한 뒤 도금하거나 도색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속인다.
최근엔 정품과 비슷한 소재를 활용한 정교한 가품이 나오면서 감정사들도 분간하기 힘든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시계의 경우 내부를 열어 보다 정밀 감정에 들어간다. 나사 부품의 간격이나 시계의 진동 수를 정품과 비교해보는 식이다. 가방과 같은 잡화는 구구스가 그동안 쌓아온 가품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면서 정밀 감정한다.
선우 부문장은 "최근 감정한 가방 중에선 진품과 차이가 2~3군데 밖에 없는 상품도 있어 감정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기도 했다"며 "시계들은 아무리 외관을 정교하게 카피하더라도 부품의 정밀함에서 정품과는 차이가 커 결국 가품임이 드러난다"고 했다.
구구스는 감정사들의 교육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현재 구구스에는 약 90명의 감정사가 전문 인력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기초·심화·주무자 3단계 명품 감정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명품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기초교육 이후, 2단계 심화 과정에서 실무 감정을 경험하며 전문성을 쌓는다. 3단계 주무자 교육은 최신 위조 기술과 트렌드에 대한 교육 및 테스트를 통해 감정사의 검수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단계다.
선우 부문장은 "최근 온라인에서 개인 간 거래를 통해 명품 거래를 하다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며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거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