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지하벙커에 약 5일간 가둬 가혹행위를 하고 흉기로 소방공무원을 협박한 40대가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중감금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7)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27일 오전 1시30분쯤 강원 화천군에서 있는 B 씨(51)의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던 B 씨를 깨워 차량에 태워 한 터널 출구 옆 갓길로 이동했다. 그는 차 안에서 B씨, C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B 씨에게 "사람을 죽였다"고 얘기했고 이에 겁을 먹은 B씨는 "집에 가야겠다"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
B씨의 이런 반응에 화가 난 A씨는 차량을 몰고 파로호 유원지 선착장으로 이동해 "돌로 찍어 죽여버리기 전에 빨리 타라"고 협박해 보트에 탑승하게 했다. 이어 바지선 실내로 이동한 A씨는 B씨, C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넌 죽어야 해", "13시간 남았어"라며 전동 이발기기로 B씨의 머리카락을 밀고, 망치로 어깨를 때리며 폭행했다.
또 밀폐된 지하 벙커에 B씨를 들어가게 한 뒤 호스를 넣어 물을 채우며 B씨를 1시간가량 감금했다. 벙커 밖으로 나온 B씨에게 바지선 강물 위에 설치된 그네를 타게 하고 그네의 줄을 밀고 당기며 겁을 줬다. 공포심을 느낀 B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강물에 뛰어들었으나 A씨는 B씨를 건져내 다시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또 A씨는 B씨에게 술과 음식을 사 오라고 지시하거나 강제로 샤워를 시킨 뒤 머리에 샴푸를 계속 뿌리고 씻고 나온 B씨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며 폭행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1일 A씨는 B씨의 집으로 가 총기를 가져오라고 시켰으나 B씨의 모친(79)이 B씨를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서자 "빨리 안 나오면 돌로 찍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자신의 요구대로 병원으로 바로 이송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몸에 있는 문신을 보여주며 "다 죽인다"며 흉기를 가지고 와 위협했다.
그는 구급대원들로부터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신을 향해 테이저건을 조준하자 자해하려 하거나 갑자기 구급대원에게 달려는 등의 돌발행동을 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중감금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재판부는 "피고인은 약 5일 동안 피해자를 감금하고, 가혹한 행위를 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며 "또 흉기를 휴대해 소방공무원들을 협박하고,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등 범행의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감금치상 범행의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한 점, 피해 공무원들을 위해 각 5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은 "원심의 형은 적정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