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기 자금으로 간주되는 투자자예탁금이 65조원을 돌파했다.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코스피지수가 3000을 목전에 둔 가운데 주식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65조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57조2972억원)에 비해 7조7230억원가량 급증했다. 투자자 예탁금이 65조원을 웃돈 것은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기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언제든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시장에선 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이에 중동 지정학적 위기로 리스크는 커졌지만, 유동성이 풍부해져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10% 넘게 급등했다. 2600선에 머무르던 지수는 지난 17일 장중 한때 2998.62까지 오르며 3000을 목전에 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세를 '전형적인 유동성 랠리'라고 규정했다. 노 연구원은 "하반기 정부 2차 추경안 추진, 내년 예산 확대 기대에 따른 유동성 확대 움직임이 시장 상황에 선반영됐다"며 "기업 실적과 거시경제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현재 국면에서 실적은 보조 수단에 가깝다.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을 저해할 정도만 아니면 유동성 확대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잉여 유동성이 커지며 코스피가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14배를 돌파했다. 코스피 3000선 기준 12개월 선행 PER은 10배 수준이다. 이에 대해 노 연구원은 "1분기 잉여 유동성 증가 속도를 고려했을 때, PER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며 "실적이 당장 문제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PER 상승에 따른 지수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동성이 중동발 리스크 요인을 일정 부분 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이 격화하며 국제 유가 급등 우려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란 최고지도자는 '전투가 시작됐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응징을 선언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전년 대비 50% 이상 오르거나, 90달러선을 넘을 때,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직 우려할 만큼 급등하지 않아 주식 시장이 잘 견뎌내고 있다"며 "유동성이 많아 돌발 변수에도 시장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리스크를 충분히 잠재울 만큼 유동성이 쌓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에 빠져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상승장에서 소외될까 우려해 면밀한 분석 없이 투자에 나서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19조3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8조2739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서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 방식으로 보통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질 때 늘어난다. 담보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 매매가 이뤄진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기관 매도에 하락 전환했다. 장 초반 상승세를 나타내며 3000선 돌파를 타진하기도 했지만, 이내 돌아서 2960선 아래로 밀렸다. 이날 오후 1시35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4.28포인트(0.14%) 내린 2967.91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 한때 2996.04까지 오르며 3000선 돌파를 타진하는 듯 했으나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