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왜 ‘동심’을 그리느냐고? 그 안에 극락이 있으니까요”

1 week ago 5

40년간 禪의 세계 그려온 성각스님

성각 스님은 “금불상의 미소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며 “동심을 그리는 과정은 밝은 미소라는 화두를 통해 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수행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해=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성각 스님은 “금불상의 미소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며 “동심을 그리는 과정은 밝은 미소라는 화두를 통해 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수행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해=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허허허, 부처님이 게 계시니까요. 그 안에 극락이 있지 않습니까?”

9일 경남 남해 망운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성각 스님(동의대 석좌교수)은 “중이 동심(童心)을 그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성각 스님은 40여 년간 선(禪)의 세계를 그려온 한국 선서화(禪書畫)의 대가. 국내에서 유일한 선서화 부문 무형문화재(부산시 무형유산 선화 제작 기능보유자)로 현재 국가유산청은 선서화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여부를 심사 중이다. 그가 머무는 망운사는 작품 활동과 전시, 후학 육성 등 지난 40년간 한국 선서화의 맥을 잇고 꽃피우게 한 본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

선화(禪畫)로도 불리는 선서화는 화법이나 필법, 심지어 그리는 대상까지도 구애받지 않고 선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자유롭게 형상화한 것. 성각 스님은 “선서화는 선법을 펼치고 전하는 도구”라며 “그리는 작업이 바로 수행의 길이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붓을 들기 전 참선은 필수적. 성각 스님은 붓 끝으로 일생 동안 수행을 하며 깨달은 삶의 모습을 그림에 녹여냈다.

선서화로 표현하는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는 주로 어린아이들의 미소에 천착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억겁의 미소’(사진)는 절제된 필치와 간결한 흐름으로 아이들의 천진함과 미소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두 중에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란 말이 있습니다. ‘해의 얼굴을 한 부처, 달의 얼굴을 한 부처’라는 말인데, 뜻이야 누구나 알지요. 하지만 일면불, 월면불을 실제로 보지 못하면 화두는 자기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해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달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볼 수 있을까요. 전 아이들의 얼굴, 미소에서 그걸 봅니다. 그게 제가 동심을 그리는 이유지요.”

성각 스님은 “대웅전 금불상과 탱화 속 부처님 미소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 미소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며 “수행자로서 동심을 그리는 것은 부처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동시에 밝은 미소라는 화두를 통해 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서화를 수행의 도구로 삼은 선승(禪僧)이지만, 중이 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나눔과 헌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올 6월 발달장애 예술인 단체(이지투게더) 작가들과 공동 기획전시회도 열고, 인근 장목예술중학교(경남 거제) 이사장으로 지역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 30년 넘게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교도소, 구치소에서 재소자들을 위해 설법을 펴고 있다.

“흔히 모르고 저지르는 것보다 알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지요. 그런데 부처님은 모르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나쁜 짓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설사 지금은 죄를 저질렀어도 가르치고 제도하면 언젠가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른다는 것은,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기에 죄질이 더 안 좋다는 것이죠.”

성각 스님은 “설사 부처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그것을 사람 구제하는 데 쓰지 않고 그림 그리는 데 쓴다면 그 깨달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한 사람에게라도 더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 한 해 두 해 다니다 보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라고 말했다.

남해=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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