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AI·클라우드 이용료 신규 반영
韓물가, 美빅테크 의존도 커져
1인가구 증가에 밀키트 포함
고사리·땅콩 등 식자재 제외
물가항목 58%가 서비스 품목
한국 경제의 ‘물가 바구니’에 전통적인 상품·서비스뿐 아니라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서비스가 포함된다. 국가데이터처가 오는 12월부터 물가지수에 AI 구독료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한 품목 조정을 넘어 한국 가계의 소비 지형에 AI가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7일 데이터처는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를 2025년 기준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급변하는 경제·사회 구조와 가계의 소비 지형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 5년 주기로 품목 구성과 가중치에 대해 대대적인 ‘리밸런싱’을 단행한다.
이번에 새로 물가지수에 포함된 품목은 클라우드 저장 공간 이용료, 소프트웨어 구독료, 영유아 강습료, 전기차 충전료, 샐러드, 밀키트, 마라탕 등이다. 특히 챗GPT·제미나이 등 생성형AI 구독료가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4월 챗GPT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34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또 제미나이는 845만명, 클로드는 241만명으로 같은 달 나란히 최대치를 새로 썼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절반 수주인 44.5%가 생성형 AI 서비스를 경험했고, 유료 구독률은 7.9%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반영 품목은 올해 기준 약 460개다. 가계 소비지출액 가운데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품목을 선정해 지출이 큰 품목별로 비중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가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의 물가가 달라지면 전체 지수가 변동하는 구조다. 올해 8월 SK텔레콤이 해킹을 계기로 요금을 일시 50% 할인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AI 구독료가 포함된 만큼 향후 해외 빅테크 기업의 요금 정책이 한국 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을 살펴보면 1인 가구 관련 품목이 대거 포함됐고 전통 식자재나 필수품은 삭제됐다. 밀키트, 샐러드 등 1인 가구와 관련된 외식 서비스 품목이 포함됐고 고사리, 도라지, 땅콩 등 전통 식자재는 삭제됐다. 블랙박스, 싱크대와 같은 품목도 제외됐다.
한국의 소비는 갈수록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비스업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8%로 직전 53.3%보다 높아졌다. 반면 상품 비중은 46.7%에서 42.2%로 하락했다.
한 가계가 1000원을 소비지출에 쓴다면, 이 가운데 서비스 품목이 600원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과거 물가 바구니의 중심이 쌀, 채소, 석유류, 내구재였다면 앞으로는 AI 구독료, 보험료, 장례비, 외식, 전기차 충전료 같은 서비스 지출이 물가 흐름을 더 크게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김유미 데이터처 물가동향과장은 “고령화 트렌드에 따라 보험료와 장례비에 대한 가중치가 높아지면서 서비스 품목 비중이 커졌다”고 말했다.
데이터처는 이달 17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2월 18일 2025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결과를 공표한다. 2025년 1월 이후 소비자물가지수도 새 기준으로 다시 산출된다. 2020년 개편 당시엔 신지수가 구지수 대비 물가 상승폭이 0.1%포인트 확대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3% 이내로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이번 물가지수 개편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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