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접근법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는 중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시진핑 주석이 전화했다"라고 밝혔습니다. "200건의 거래가 성사됐다"라고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말만 한 건 아닙니다. "중국이 뭔가 주지 않는 한 관세를 내리지 않겠다"라고 했고 "(높은 관세가 1년 뒤 남아있어도) 완전한 승리"라고 말해 불안감을 주기도 했죠. 어쨌든 월가는 무역 긴장의 정점을 지났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알파벳의 예상보다 훨씬 좋은 1분기 실적은 인공지능(AI) 붐을 되살렸고요. 하지만 일부에선 몇 주 뒤 높은 관세로 해 유통 매장에서 매대가 비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1. 트럼프 "먼저 전화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의 조금은 달라진 태도에 지난 3일 동안 S&P500 지수는 6% 넘게 반등했습니다. 그는 중국에 대해 관세를 낮춰줄 수 있다고 발언했고, 중국과 협상 중이라고도 밝혔죠. 트럼프 행정부는 또 우리나라와 인도, 일본 등과의 협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일본 등 여러 국가와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0% 보편관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변화에는 뚝뚝 떨어지는 트럼프 지지율, '매대가 비기 시작할 것'이란 유통업계 CEO들의 경고, 둔화하는 경제, 흔들리는 금융시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일부 유화적 조치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산 반도체 8종에 대해 125% 보복관세 부과를 중단한다고 알렸고요. 의료 장비, 임대 항공기 등 30여 개 미국산 품목에 대한 관세 유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22일 응한 타임지와의 인터뷰 내용이 아침에 공개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몇 가지 발언이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탓입니다.
첫 번째, '미국이 1년 뒤에도 20%, 30%, 또는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면 승리로 간주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완전한 승리"라고 답한 것입니다. 엄청난 관세 수입을 얻게 된다는 것이죠. 썩 고무적 답변은 아닙니다.
두 번째, '시 주석이 먼저 전화하지 않으면 전화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협상하려면 고율 관세부터 내리라는 입장인데요. 만약 트럼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중국과의 협상은 오랫동안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전화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그게 약하다는 걸 나타내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긍정적 발언도 있었습니다. '무역 합의가 언제 나오나'라는 질문에 "나는 200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3~4주 이내에 끝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외에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4월 9일 관세 일시 유예는 채권 시장 불안과 관련이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지지하지만, 정치적 반발을 우려한다
▶의회 의원들의 주식 거래 금지에 서명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결코 NATO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크림반도는 어떠한 평화협정에도 러시아에 남을 것이다
▶핵 협정 체결을 위해 이란 지도자들과 만날 의향이 있다
2. 9일 이후 약간은 나아진 소비자 심리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 선에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30분 뒤인 오전 10시 발표된 미시간대 4월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는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않았습니다. 내용은 나빴는데요. 보름 전에 발표한 잠정치보다는 개선된 덕분입니다. 4월 9일 관세 유예 이후 심리가 약간은 나아진 것이죠.
▶심리지수 : 52.2 (예상 50.5, 잠정치 50.8)
▶1년 인플레이션 기대 : 6.5% (예상 6.8%, 잠정치 6.7%)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 4.4% (예상 4.4%, 잠정치 4.4%)
4월 확정치는 52.2로 나왔는데요. 지난 11일 발표된 잠정치(50.8)보다는 높아졌지요. 다만 지난 3월(57.0)보다는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도 잠정치(6.7%)보다 낮은 6.5%로 나왔지만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미시간대는 "9일 유예 이후 인플레 기대가 하락했지만 3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당히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소비자심리지수 등 소프트 데이터는 나쁘게 나오지만, 실물 경제를 가리키는 하드 데이터는 여전히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웰스파고는 "심리는 약하지만 3월 내구재 주문, 신규 주택 판매, 소매판매 등 하드 데이터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불확실성은 경제 전반에 걸쳐 여전히 중요한 이슈이지만, 현재까지는 주요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고객 카드 사용액도 4월 19일로 끝난 일주일 동안 전년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JP모건은 "체이스은행의 15일까지 카드 사용액은 작년보다 2.5% 많았다. 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4월 소매판매는 0.5%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는 관세로 가격이 오르기 전 사재기 수요가 포함됐겠지만요.
3. 미·중 협상 시작 위한 대화중?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교황 장례식 참석을 위해 로마로 출발하면서 기자들과 잠깐 만났는데요. 기자가 '시 주석과 언제 통화했냐'라고 묻자 "여러 번 통화했다"라면서 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중국은 협상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요.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과 관세에 대해 어떤 협의나 협상을 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도 이틀째 같은 입장을 밝혔고요.
그러나 중앙일보는 중국 재정부 고위 당국자가 10여 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워싱턴 DC 백악관 바로 옆의 미 재무부 청사로 입장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란푸안 재정부장과 판공성 인민은행 총재 등 중국 대표단은 이번 주 IMF 춘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 중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혼란과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요. 위즈덤트리의 리퀴안 렌(중국계 미국인) 디렉터는 "미국은 협상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둘 다 옳을 수도 있다. 협상하기 위한 (사전) 대화가 있을 것이다. 미국은 그것이 협상이라고 하고, 중국은 그것은 협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도 유턴하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매우 강경한 발언은 국내 유권자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같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변화의 대부분은 '전술적 차원'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4. "중국 뭔가 내놓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희망적 발언 속에 주요 지수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1시 반께 나스닥의 상승률은 1.5%에 육박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또 발언한 것입니다.
▶중국이 뭔가를 내놓지 않는 한 관세를 낮추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개방하는 것은 큰 승리가 될 것이다.
▶추가 90일간 관세 유예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관세가 얼마나 좋은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시장은 관세 정책에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선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를 현재 145%에서 50~6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부인한 것이죠. 물론 유지하거나 내리거나 실질적으로 상황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145% 관세는 중국 경제에 2.2%포인트 타격을 가하지만, 60%로 낮춰도 2% 타격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60%로 낮춘다 해도 거의 무역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5. 해먹 총재 발언은 "배고프면 밥먹겠다는 것"
비슷한 시간에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의 소셜메시지도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어제 클리블랜드연방은행의 베스 해맥 총재는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매파인 그가 "6월까지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데이터가 나온다면, Fed가 (금리 인하를 위해) 움직이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기 때문인데요. 원래 '매파'였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금리 인하에 대해 긍정적으로 밝힌 것과 합쳐져 시장의 금리 이하 기대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티미라오스 기자는 "해맥은 경제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질 때까지 Fed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Fed가 항상 뒤처진다'라는 비판을 반박하며 '빨리 움직여야 할 경우 빨리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6월이나 7월, 9월까지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면 내리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것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겠다'라는 말과 같은 것"이라고 풀이한 것이죠. 이에 잠시 시장 금리가 살짝 오르기도 했습니다.
채권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 오후 3시 4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7bp 내린 4.268%, 2년물은 2.5bp 내린 3.766%를 기록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관세 충격에 따른 투자자 이탈 현상이 정점을 지났고, 오늘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가 잠정치보다는 낮아진 게 조금은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11일 4.59%까지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는데요. 보름새 30bp가량 하락했습니다. 그렇다고 금리가 계속 낮아질 것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에버코어ISI는 "올해 말 10년물 수익률을 4.35%로 예상한다.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4.25%~4.75%의 좁은 범위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장기 국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라. 특히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골드만삭스의 윌리엄 마셜 미국 채권 전략 헤드는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되어 단기적으로 더 심각한 관세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덜해졌기 때문에 국채 시장이 가장 걱정스러운 지점은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경제 상황, 인플레이션 추세 등이 앞으로도 한동안 시장 불확실성을 부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6. 톰 리 "바닥 획인했다"
트럼프 발언(중국이 뭔가를 주지 않는 한 관세를 낮추지 않을 것)과 티미라오스 기자 메시지의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관세 관련 희망 속에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되찾았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74%, 나스닥은 1.26%, 다우는 0.05% 올랐습니다.
알파벳의 실적이 AI 관련 주식들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관심이 집중된 알파벳의 클라우드 사업은 매출은 예상을 살짝 밑돌았지만, 28%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거의 두 배로 늘었고요. 경영진은 클라우드 부문이 생성 AI 및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낫 아슈케나지 CFO는 단기적인 데이터센터 공급 제약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기존에 발표했던 약 750억 달러의 자본 지출 계획을 유지했습니다.
월가에선 관세 관련 긴장이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가 큽니다.
JP모건은 "최근 며칠간 무역 협상으로 긴장이 완화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좌측 꼬리 리스크(left tail risk, 즉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 가능성)와 약세장 시나리오의 확률이 확실히 낮아졌다. 이는 몇 주 전보다 결과의 분포가 좁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S&P500 지수는 올해 우리의 기준 시나리오(연말 목표지수 5200)와 낙관적 시나리오(연말 목표지수 5800)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시티그룹도 "몇 주 동안 불확실한 관세 소식이 나온 후, 마침내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시는 무역 환경 개선 소식에 힘을 받을 수 있다. 무역 협상의 모멘텀이 지속해서 긍정적이고 통화 정책이 더욱 강화되는 한, 주식은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하며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시장은 이제 더 나은 곳에 있다"라고 주장하는데요.
① (관세 협상으로) 경기 침체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② 하이일드 채권이 랠리하고 있다.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의 50%를 되돌렸다.
③ 변동성지수(VIX)가 급락했다
④ S&P500 지수가 하락 폭의 50%를 되돌리는 지점인 5491을 넘었다.
그는 특히 어제 시장에서 발생한 '즈와이그 시장 폭 지표'(Zweig Breadth)가 "시장 바닥을 확인해줬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지표는 단기에 많은 종목이 상승 반전할 때 나타나며,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조짐을 포착하는데요. 과거 11번 이 신호가 발생했을 때 1개월 뒤, 6개월 뒤, 12개월 뒤 상승 확률은 100%였다는 겁니다.
장 마감 직후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상을 간소화하기 위해 로드맵을 만들었다"(Trump Administration Lays Out Roadmap to Streamline Tariff Talks)라는 기사를 띄웠습니다. 뭔가 협상을 빨리 해보겠다는 것이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세와 쿼터, 비관세 장벽, 디지털 무역, 제품의 원산지 규정, 경제안보 및 기타 사안을 주요 협상 항목으로 담은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이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앞으로 두 달 동안 약 18개 주요 교역국과 순차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 첫 주에 6개국, 둘째 주에 6개국, 셋째 주에 나머지 6개국과 협상을 진행하며, 이 사이클을 반복해 7월 8일 관세 유예 시한 안에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국가는 상호관세 대상이 되며,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이상 관세가 발효된다.
▶인도의 경우, 다른 국가보다 협상에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아 이번 협상 틀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역시 별도 경로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공급 충격 온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고율 관세로 인한 공급 중단의 위험, 경기 침체의 위험 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해운물동량을 추적하는 Vizion에 따르면 4월 14일로 끝난 한 주간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선 예약은 전주 대비 22.15%,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소형 화물운송업체인 SAIA가 예상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30% 폭락했습니다.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86달러로 작년 동기(3.38달러)보다 대폭 감소했고 월가 기대(2.76달러)에도 크게 미달했습니다. 이 회사는 "주로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으로 인해 3월 출하량이 전례 없이 증가하지 않아 1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라두크트레이딩의 사만사 라두크 설립자는 "시장은 공급 중단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 언론에서 아직 부족 현상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러 매장으로 달려갈 때쯤이면 인플레이션과 함께 금리도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블룸버그의 코너 선 칼럼니스트는 "여러 가지 뉴스와 (트럼프의) 소셜 메시지는 시장을 활성화할 수는 있지만, 중국에서 오는 선박을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시장 상승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 JP모건 리서치 헤드는 "무역 협상 얘기는 믿을 수 없고, 해운 붕괴 얘기는 믿을 만하다"라고 지적했고요.
상품 공급이 끊어진다면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과 베이징이 위험천만한 정책을 완화하는 듯 보이지만 경제와 기업 심리에 가해진 피해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을 수도 있고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밥 조던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 침체라고 부르든 말든, 이 업계는 경기 침체에 빠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항공편 감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울프리서치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5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다면 S&P500 기업의 EPS는 현 수준에서 최소 15% 하락해 22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4차례의 경기 침체 기간 EPS 최고~최저치 중간값인 16.7%와 일치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10~15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 16.6~ 18.4배를 적용하면, 가벼운 경기 침체 시 S&P500은 약 3700~410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8. 고용, GDP, PMI, 물가 쏟아진다
다음주는 중요한 경제 지표가 쏟아집니다.
29일(화) 콘퍼런스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나오고요. 인플레이션 기대도 함께 발표됩니다. 30일(수)에는 1분기 GDP가 나오는데요. 매우 부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0.3%입니다. 골드만삭스는 -0.2%를 제시하고 있고요.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는 -2.2%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수입 급증 탓이어서 실제 성장이 위축됐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습니다. 같은 날 3월 개인소비지출(PCE) 데이터도 나옵니다. 근원 물가는 전월 대비 0.1% 상승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1일에는 빈 매장과 공급 병목 현상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공급관리협회(ISM)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공개되는데요. 3월에 위축 국면으로 떨어졌고 4월 위축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일(금)에는 4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됩니다. 경제 전망 불확실성으로 인해 채용이 둔화하고 있지만, 해고는 많지 않은데요. 실업률이 올라갈지 지켜봐야 합니다. 결국, 경기 침체는 실업률 증가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월가는 4월 신규고용이 12만5000개 증가하고, 실업률은 4.2%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9. 애플, 아마존, MS, 코카콜라, 맥도널드, 비자 '꽉찬 어닝시즌'
어닝시즌도 바쁩니다. 100개 이상의 기업이 실적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30일(수) 장 마감 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1일(목) 장 마감 뒤에는 애플과 아마존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구글의 어제 실적은 빅테크에 대한 희망을 줍니다. 클라우드 매출은 28% 급증했고, 검색 매출은 거의 10% 증가했습니다. 유튜브 광고 매출은 10% 이상 늘었죠. GM, 코카콜라, 비자, 퀄컴, 캐터필러, 일라이일리, 맥도널드, 마스터카드, 스타벅스, 엑슨모빌, 셰브런 등의 실적 발표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1분기 기업 실적은 전반적으로 탄탄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36%가 1분기 실적을 보고했는데요. 이 중 73%는 예상보다 높은 EPS를 내놓았습니다. 5년 평균 77%, 10년 평균 75%보다 조금 낮습니다. 기업들은 예상보다 10.0% 높은 순이익을 내놓았는데요. 5년 평균 8.8%, 10년 평균 6.9%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EPS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주 평균 예상치는 7.2%로, 한 달 전 9.2%보다 낮아졌습니다.
10. 미중 무역합의 3분기?
무엇보다도 시장 움직임은 무역 협상 진전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한국 일본 인도 등과의 협상 타결 소식이 나오고, 중국과의 협상이 본격화한다면 상승세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현 상황을 보고 있을까요. 에버코어ISI가 오늘 기관투자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① 언제 미·중 간의 의미 있는 무역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나?=55%가 3분기 말까지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분기 내에 합의될 것이라는 기대는 줄었고, 더 먼 미래에 이뤄질 것이라는 응답은 증가했습니다.
=67%가 올해 안에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봤으며, 이는 2주 전 81%보다는 줄어든 수치입니다. 특히 67% 중의 24%는 이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들은 2025년 EPS가 현재 컨센서스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245~255달러, 255~265달러로 답했습니다.
=35%는 3000~3500달러, 39%는 3500~4000달러로 답했습니다. 보합 내지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겁니다.
=54%가 아직 바닥을 보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2주 전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