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3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갑론을박을 낳았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의 개막작 초청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과 올해 영화제의 기조를 명확히 밝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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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정한석(맨 왼쪽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 등이 올해 제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갖고 있다. (사진=부산=뉴시스) |
29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간담회에는 박광수 이사장과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온라인 생중계로도 진행됐다.
이날 영화제 측은 올해부터 국제 경쟁 부문을 신설하는 등 경쟁영화제로의 변화에 담긴 의미와 주요 섹션, 시상 부문의 변화 등 영화제 세부 계획 및 변화를 직접 발표했다. 또 30회를 맞이해 새 단장한 로고 및 영화제의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히스토리 영상도 최초 공개했다.
올해 영화제는 매년 10월에 열어온 기존과 달리 약 한 달을 앞당겨 9월에 개최한다.
정한석 위원장은 이날 경쟁 부문에 부산영화제가 얼마나 화제성 높은 작품들을 초청할 수 있을 것인지, 지난해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개막작 넷플릭스 영화 ‘전,란’처럼 올해에도 OTT 영화들과 관련해 개방적인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정 위원장은 “냉정히 말하면 저희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수준으로 뛰어나고 화제성있는 작품들을 월드 프리미어 상영으로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그렇다”라며 “기본적으로 경쟁 작품 상영을 월드 프리미어로 전제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아시아 프리미어로도 운영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OTT 영화의 초청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우려하시는 거 안다. 한국 영화가 위기라 이런 질문이 영화계에 얼마나 시급한지, 영화제로서도 공감하고 개인적으로도 실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OTT를 이 자리에서 전혀 활용하지 않는 분은 거의 없으실 거다. 저 같이 보수적인, 극장 영화만 봐왔던 시네필도 OTT를 매일 밤 본다”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 나라 콘텐츠 문화에 폭넓게 이미 자리잡은 OTT를 아예 외면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양성과 풍성함, 폭넓음을 추구해야 할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런 건 특히 더 이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 ‘전,란’을 둘러싼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던 배경에 대해선 인정했다. 정 위원장은 “작년 개막작 중심으로 얼마간 이견은 있었다. 그에 대해선 저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부산영화제는 향후에도 그 작품이 OTT 작품이라 해서 무조건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작품의 중요도와 배치를 중심에 놓고 올해 영화제를 진행하려 한다. 무엇보다 작년은 제 생각에 상황의 특수성이 있었다. 그것이 개막작이었기에 더 이견을 제기하신 분들이 있을 거”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막작이 영화제 전체를 상징하진 않는다”라며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다고 생각해왔기에 그걸 지적한 건데 영화제 입장에선 중요한 작품은 개막작 뿐 아니라 올해 신설하는 경쟁 14편 포함 240편 모두가 중요해야 한다. 딱 한 편만 중요 작품이 된다면 옳지 못한, 실패한 운영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부국제가 개막작을 마치 영화제 전체의 상징물인 것처럼 홍보해온 것도 사실”이란 과오도 인정했다.
정 위원장은 “저는 이 부분에서 개막작이 개막일 가장 중요한 작품인 걸 당연히 인정하고 앞으로도 그 가치를 드높이며 운영할 것이다. 하지만 개막작만 강조하고 모든 화제가 집중되고 왜곡되는 현상만큼은 바로잡고자 한다”라며 “내부에서 회의할 때도 사용하는 말인데, 왜곡된 부문의 생태계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17일 개막해 9월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