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김용주, 유승민, 강태선, 오주영, 강신욱 후보(왼쪽부터)가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개회 선언이 이뤄지자 박수를 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향후 한국체육의 4년을 책임질 ‘체육대통령’을 뽑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전은 유난히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정치권이 이기흥 회장의 3연임 도전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가운데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등 5명의 범야권 후보는 단일화를 놓고 대립했고, 실체 없는 네거티브 공세가 반복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선거 직전에는 선거의 정당성을 놓고 법적 판단까지 구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비롯한 11명의 체육회 대의원과 이번 선거에 출마한 강신욱 교수가 체육회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낸 ‘회장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이 13일 기각되면서 예정대로 회장 선거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됐으나, 신임 회장에게는 사분오열된 체육계를 봉합하는 시급한 과제가 주어졌다.
체육계의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된 시점은 정치권에서 ‘이기흥 압박’에 나선 지난해부터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월 국정감사에 이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켰고, 문체부는 11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밝힌 비위 혐의를 토대로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직원에 대한 폭언, 채용 비리,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정황을 포착한 점검단은 이 회장을 수사 의뢰했다.
이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직무정지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고, 정상 출근하면서 정면돌파에 나섰다. 대한수영연맹 회장 시절 문체부가 주도한 대한체육회-생활체육회 통합에 반기를 든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제40대 체육회장에 오른 뒤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연락사무소 설치 및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등 다양한 문제를 놓고 줄곧 정부와 대립해왔다.
문체부도 압박 강도를 높였다. 지난해 5월 체육회 이사회에서 결정된 임원 연임 제한 폐지를 유인촌 장관이 직접 반대한 데 이어 진천선수촌 시설관리용역 계약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갈등은 2024파리올림픽 환영 행사 파행으로 이어졌고, 이 회장은 국회 현안 질의 및 국감 출석을 피할 수 없었다.
체육회 노동조합을 비롯한 체육계 곳곳에선 ‘이기흥 반대’를 외쳤으나,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 회장의 3연임 출마를 승인했다. 유 장관이 “인준하지 않겠다”고 재차 압박했으나, 이 회장의 출마까지 막을 근거는 없었다.
이후 세간의 관심은 ‘반이기흥 연대’에 쏠렸다. 그러나 범야권 후보들은 끝내 힘을 합치지 않았다. 단일화를 위한 몇 차례 논의는 있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대부분이 후보 등록을 하면서 ‘6파전’이 확정됐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도 유의미한 행보는 딱히 없었다. 야권 후보들은 이 회장뿐 아니라 서로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면서 혼탁함만을 더했다. 선거 이후도 걱정스러운 체육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